좋아하는 후디를 잃어버린 후

by 명희

60이 넘고 보니 옷은 잘 사지 않게 된다. 원래 유행을 타지 않은 옷을 구입해서 20년 전에 산 옷을 지금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전에 산 옷이 소재가 좋아서 뭔가 고급스럽고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산떠미처럼 쌓인 옷 쓰레기 사진을 본 뒤 옷은 되도록 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최근 정신없이 옷을 사고 말았다.


발단은 이랬다. 해외여행을 갔다가 음식점에 좋아하는 후디를 놓고 왔다. 남편이 함께 있었으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남편이 객실에 놓고 온 게 있다고 방으로 돌아간 사이 나는 조식을 들자마자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앞자리에 앉고 싶어서 서두른 바람에 목적은 달성했지만 후디를 챙기지 않은 걸 한참 후에 알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 30분이 지나서야 갑자기 후디 생각이 났다. 그리고 식당 의자에 놓고 온 걸 직감했다.


남편은 여행 가방 안에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아침에 객실을 나오며 손에 후디를 들고 있던 게 섬광처럼 보였다.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후디를 따로 빼놓았던 것도 생각났다. 잃어버린 게 분명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주운 사람이 잘 입으면 된다. 그래도 여전히 후회는 밀려왔다. 커다란 손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왜 손에 들고 다녔을까? 아침 식사 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왜 앉은자리를 한번 더 확인하지 않았을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같은 후디를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없었다. 백화점에 가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형마트 앞 가판대에서 산 게 기억났다. 갔지만 다른 브랜드였다. 그런데 흰색 후디가 괜찮아 보였다. 마침 50퍼센트 할인한다고 해서 사게 됐다. 그러나 아무래도 검은색이 필요할 것 같아 인터넷에서 하나 더 주문했다. 얼마 후 도착한 물건은 모양과 크기는 좋은데 생각보다 얇았다. 그러다 어느 날 길에서 좀 더 두꺼운 후디를 발견했다. 5000원 밖에 안 하는데 품질이 좋았다. 알고 보니 중고 물건이었다. 그러나 따뜻하고 마음에 딱 들었다. 그렇게 3개의 후디가 생겨 하나는 아껴 두고 2개를 번갈아 가며 입었다.


아뿔싸! 내가 찾던 후디가 대형마트 앞 가판대에 돌아왔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그렇게 많은 후디를 사지 않았을 텐데... 어떡하지? 또, 사? 아직 뜯지 않은 후디는 딸에게 주면 된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사는 게 쉬워졌다. 길고 도톰한 두께- 딱 내가 원하던 거다. 환경문제가 생각나서 죄스러웠지만 안 살 수 없었다. 사진 속에 있는 후디는 누가 잘 입을 거다. 똑같은 후디를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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