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父子를 보며

허허 웃었다

by 명희

일요일 저녁 남편과 장어구이를 먹으러 늘 가던 식당에 갔다. 식당 안에 있는 모든 테이블에는 불판이 두 개 있고 8자리가 있어서 한 가족이 5인 이하면 다른 가족이 옆 자리에 앉게 된다. 남편과 내가 앉은자리 옆에는 90대로 보이는 아버지와 50대로 보이는 아들이 있었다.


서빙하는 아주머니는 옆 자리에 우리와 같은 크기의 장어를 올려놨다. 그리고 장어가 구워지는 동안 우리는 된장국을 떠다 먹었다. 옆 자리에 앉은 아들도 아버지를 위해 국을 떠 왔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다.

“국 맛있어요. 식기 전에 드세요." 아버지는 허허 웃었다. 아들은 또 말을 건넸다. “오늘 아침에는 따뜻했는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네요.” 대답 대신 허허 웃는다. 아들은 손자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또 허허 웃는다. "아버지 친구분들하고 만나는 것 좋으세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시죠?" 아버지가 허허 웃기만 하고 대답이 없자 아들이 재차 묻는다. “아버지 친구분들하고 식사 잘하셨어요?” "좋아. 친구 아니고 그냥 동네 사람들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거지." 마치 웃기는 이야기라도 한 듯 허허 웃는다. "대학 후배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응... 정치 이야기도 하고..." "에이 아버지 연세에 골치 아프게 무슨 정치 이야기 해요. 그런 것 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허허 웃는다. 그리고 대뜸 대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모 대학 다닐 때 부인이 했던 말을 아들에게 들려준다. "아버지는 그때가 좋으셨나 봐요. 늘 그 말씀을 하세요." "좋았지." 허허 웃는다.


우리가 그곳에서 식사하는 동안 옆 자리에 앉은 어르신은 부인이 했던 별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네다섯 번은 반복했을 거다. 그래도 아들은 별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아버지 더 드세요. 아버지가 안 드셔서 제가 과식하네요." 아버지는 또 허허 웃었다.


부자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마음이 따뜻해졌다. 설사 웃는 이유를 몰라도 허허 웃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또, 저 아들처럼 아버지에게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아무리 무서워도 용기 내서 말을 건넸다면 어땠을까? 아버지는 늘 우리가 조용히 당신의 말씀을 경청하기만 원했다. 일상 이야기를 꺼내면 쓸데없는 말이라고 나무랐다. 그래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안부를 물어도 못마땅한 걸 말해도 늘 대답만 “네.” 우리 아버지도 나 같은 딸을 둬서 힘들었을 거다. 좀 더 살가운 딸이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아버지와 나는 그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서로가 각자의 입장만 있었다. 옆에 앉은 부자처럼 다정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신기한 건 아버지가 떠나고 나쁜 기억은 다 사라졌다. 마치 당신이 다 가져간 느낌이다. 그리고 아빠라고 부를 때의 좋은 추억만 남았다.


옆에 앉은 부자를 보니 나이 든 사람이 좀 더 부드럽게 대하면 자식이 더 다가가기 쉬울 거란 생각이 든다. 저렇게 자식과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저 어르신처럼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허허 웃어줘야 할 거다. 남편은 잘할 것 같은데 나는 우리 아버지를 닮아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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