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by 명희

우연히 티브이에서 우크라이나 선수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UEFA 유로파 축구 리그에서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 도네츠크(Shakhtar Donetsk) 팀이 프랑스의 렌(Rennes) 팀을 이겼단다. 보통 스포츠 뉴스가 나오면 다른 대로 채널을 돌리는데 이 선수의 인터뷰는 채널을 고정시켰다. 영어를 잘 하진 못했지만 그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 "저희가 이긴 게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희망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러시아 침략을 받고 모두 비참한 상황에 있습니다. 우리 팀도 2014년 이후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스타 선수들도 다른 팀으로 이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절대로 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영웅은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는 군인입니다."


영상을 보고 유로파 리그에 관한 기사를 찾아봤더니 더 가디언(The Guardian)에서만 한 편을 볼 수 있었다. 샤흐타르에는 우크라이나의 손흥민 같은 미카일로 무드릭(Mykhailo Mudryk) 선수가 있었나 보다. 그가 올 1월에 첼시(Chelsea)와 8년 반 계약을 서명했는데 초기 사례금은 7000만 유로(6200만 파운드)이며 추가 보수는 10000만 유로(8900만 파운드)로 증가해서 샤흐타르와 우크라이나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가장 큰 이적이었고, 무드릭은 역사상 가장 비싼 우크라이나 축구 선수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샤흐타르 클럽 회장 리나 아크메토브(Rinat Akhmetov)는 무드릭이 이적하며 받게 된 1억 500만 달러 중 2500만 달러를 우크라이나 전사가 가족을 돕기 위한 단체에 기부했단다.


아크메토브도 앞서 말한 축구 선수와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우리 병사들에게 영원히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래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서 싸우고 있구나. 저렇게 온 국민이 군인의 희생을 알아주고 고마워하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구나. 사람은 어려워져야 비로소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것 같다. 아무리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배워도 결국 당해봐야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일제강점기의 순국 영웅들을 높이 기리고 기억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6.25 전쟁 때 군인에 대해서 그런 감정은 없는 것 같다. 절대로 이 땅에서 전쟁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우리가 북한과 한민족이라는 게 신뢰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망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안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해야 헷갈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매우 일관적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 한국 정치다. 한국도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정당이 바뀌어도 북한에 관한 한 한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전에 전쟁을 일으킨 나라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에도 러시아에서 오래전에 건너와 우크라이나 시민이 된 사람이 많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인이지 러시아 인이 아니다. 조상이 같은 민족이 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라면 유럽의 여러 나라나 미국과 영국도 한 나라여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람은 같은 조상을 가지지 않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나라에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세력이다.


어떻게 보면 평화로운 나라에는 생존해 있는 특정한 영웅은 없다. 공산주의 국가처럼 지도자를 영웅화하여 주입시키는 나라 빼고 국민이 알아서 존경하는 지도자나 집단은 없다. 다행이다. 대신에 많은 논쟁이 있고 가끔 선행을 한 이웃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알 수 있다. 한국 미국 프랑스 뉴스엔 늘 당파 싸움이 반을 차지한다. 지도자나 시민이나 모두 자신이 조금이라도 밑진다는 느낌이 드는 일엔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 때로 과거의 영웅을 소환해 와서 자신의 목적에 접목시켜 목소리를 높이지만 곧 말과 행동이 어긋나서 아니한 만 못하게 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대단한 영웅은 아니어도 주변에서 다른 사람을 도우며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본받으며 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인이 자국 군인에게 갖는 마음은 영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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