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모교 방문

by 명희

올해 남편 생일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모교를 방문하고 가까운 곳에서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 한 해 전에 딸이 선물한 호캉스를 경험하고 나서 때로 분위기를 바꿔서 밖에서 자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남편 생일에 호캉스를 선물했다. 남편과 나는 41년 전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둘 다 학교에서 기숙하고 있어서 데이트는 늘 학교 교정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모교 캠퍼스는 우리 부부에게 각별하다. 미국에 살 때도 모교를 돌아다니던 꿈을 종종 꿨을 정도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모교에 함께 간 적이 없다. 각자 볼일이 있어 모교에 들린 적은 있지만 함께 모교 교정을 돌아보지 못했다.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학교 정문에 내리니 거의 오후 5시였으나 아직 날은 밝았다. 교정 안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우리 때는 5시 이후에 학생이 거의 없었는데... 학생도 보이고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도 보였다. 한 무리의 학생과 학부모가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예비 신입생들이 학교 투어를 하나? 45년 전 3월 첫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가 기억났다. 교양과목을 들으러 동산 위에 있던 건물까지 올라가려면 정문에서 한참 걸어가야 했다. 앙상한 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는 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중앙에 학교를 상징하는 동상이 나오고 동상 좌우와 후방에 아이비가 뒤덮인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교양과목을 듣는 건물은 중앙으로 진입하기 전에 옆으로 난 언덕으로 더 올라가야 나왔다. 개강 첫날 대학 입학 선물로 엄마가 사준 보라색 터틀넥 스웨터와 후디가 달린 녹색 체크무늬 더플 코드를 입고 갔었다. 정문에서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가슴에 책을 감싸 안고 땅바닥을 보고 걸었을 거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발걸음을 재촉했었다. 다행히 앞에 같은 과 친구가 걸어가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조용한 친구는 긴장해서 아무 말이나 조잘거렸던 내 이야기를 잘 경청해 줬다.


이 건물은 전에 없었는데, 학교가 많이 변했네요. 도서실이 여기고 공대가 저기였는데 바뀌었나?

아냐 공대는 예전에도 여기고 도서실이 저기 맞아.

차가 없으니 걷기 좋네요.

모든 게 지하로 들어가서 좋지. 잘 지었어.

처음 수업받으러 갔을 때가 생각나요. 그때 이 길이 엄청 길게 느껴졌는데.

여기서 한 장 찍어줄까?


우리는 관광객처럼 추억의 장소를 사진에 담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둘이 자주 들렸던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학교는 우리 때보다 건물이 많아졌다. 작은 교회 같은 고딕식 건물들은 그대로 있었으나 대강당 옆 건물은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또, 전에 야산이었던 곳에 웅장한 흰 건물이 시선을 압도했다. 모교를 졸업한 기업인이 기부해서 지어진 건물... 돈이 많다면 학교에 건물을 남기는 것처럼 의미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학교를 돌고 내려오는데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동상 앞에서 한 젊은이가 셀피를 찍고 있었다. ”혹시 우리 좀 찍어줄 수 있나요? “ “그럼 저도 부탁드립니다.” 일단 청년의 사진을 두 장 찍고 보여줬다.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어서 우리가 동상 앞에 나란히 섰다. 청년은 여러 장을 찍어줬다. "우린 여기 40년 전에 졸업했는데 혹시 신입생인가요?" "아뇨. 그냥 구경 왔어요."


저녁은 우리가 학교 다닐 때부터 있던 갈빗집에 가기로 했다. 갈비는 비싸서 갈비탕만 한 번 먹었던 집이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오래 기다렸다. 가격은 강남보다 합리적이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맛도 좋았다. 내친김에 옛날에 자주 들리던 다방 건물에 가봤다. 이층짜리 건물이 8층으로 증축되었고 맨 위 층에 이름을 이어받은 카페가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리가 없어서 나와야 했다. 대신 별다방에 가서 옛날이야기를 나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조금 바꿔본다. "한숨"대신 미소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그때 우리는 오늘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이번 나들이도 추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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