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획

by 명희

매해 첫날 일 년 계획을 세웠다. 설사 3일 아니 하루 실천하는 계획일지라도 계획은 어김없이 세웠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 벌써 2월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2023년은 앞으로 44주 남았다. 밑그림은 늘 같다. 책 읽고, 글 쓰고, 외국어 공부를 할 거다. 그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뭘 했는지 모르고 유야무야 된다. 작년에 읽고 쓰고 공부한 걸 한 번 적어본다. 영어 소설 22권, 한국소설 1권, 프랑스 어린이 책 37권. 브런치에 51편 글을 올리고 매일 영어와 프랑스어로 일기를 썼다. 중국어는 한 번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프랑스 학원은 일주일에 한 번 48주 동안 꾸준히 나갔다.


올해도 작년만큼만 하기로 했다. 오디오 책 덕분에 올해는 책을 더 많이 읽을 것 같다. 방학 동안에 영어소설 4권 한국소설 1권을 읽었고 지금 한 권을 거의 끝내간다. 그러나 브런치에 글 쓰는 건 점점 시간이 걸린다. 전에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는데 지금은 좀 더 생각하다가 힘들면 며칠이고 내버려 둔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몰아서 쓰니까 뇌가 피곤함을 기억해서 하기 싫어한다. 그래도 생각을 정리하는데 글쓰기만 한 게 없다. 생각을 글로 남기면 그 글을 기억하고 말한 대로 살려고 실천하게 된다.

만약 매년 책 읽기를 실천하고 있다면 다음 방법으로 책을 고르는 것도 재미있을 거다. 2022년 수상 작품, 비 서양계 작가가 쓴 소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 내가 태어난 해에 출판된 소설, 내가 안 읽어본 유명한 작가의 소설, 다시 읽고 싶은 소설 등. 이건 외국 독서 도전 사이트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그래서 나도 올해는 그렇게 책을 골라서 읽기로 했다. 작년에 한국 소설을 한 권 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다시 읽고 싶은 소설" 목록에 한국 작가의 책을 더 넣을 거다. 미국에 살 때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영미 소설을 더 읽게 된다. 미국에서는 한국말을 안 잊기 위해 그랬고 한국에서는 영어를 안 잊으려고 그러는 거다. 더구나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니 어휘력을 늘리고 언어 감각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읽어야 한다.


새해 계획에는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교수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등등 그중 가르치는 일은 늘 긴장된다. 다음 주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2023년 새내기들은 어떤 모습일까? 교양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매년 신입생을 400명 정도 만난다. 내 목표는 하나다. 즐거운 교실. 즐거워야 참여하고 싶고 집중할 수 있다. 그러려면 첫 시간에 관계를 잘 형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걸 잘 경청해야 내가 원하는 교실이 될 수 있다. 준비도 철저히 하고 연습도 해야 한다. 학생들은 기가 막히게 준비를 많이 한 수업을 알아본다. 올해는 그동안 생각만 하고 미뤄왔던 일을 해야겠다. 바로 수업 일기를 쓰는 거다. 자, 이 정도면 올해 할 일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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