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생각의 틀을 흔들다

by 명희

이상한 일이다. 세계사를 공부했으면서도 중동이나 이슬람 문화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보다 더 어릴 때 <<알리바바와 40 도둑>>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다고만 생각했지 중동이란 나라와 연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들은 한 가지 이야기는 확실히 기억난다. 선생님이 그랬다. 이스라엘과 아랍에서 전쟁이 났을 때 이스라엘 사람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살던 사람도 군대에 자원했는데 아랍 사람은 도망갔다고. 선생님 말씀을 철석같이 믿던 시절이라 아랍인이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중동인을 만난 경험이 없어서 그들에 대한 감정도 없었다. 그저 언젠가 그림에서 본 이미지. 머리에 케피예를 두르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모습. 그게 전부였다. 어떻게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양 기독교 문화는 잘 알고 동경까지 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가 믿는 이슬람교와 그것을 믿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뉴욕의 트윈타워를 할리우드 영화처럼 무너트려 3000명이나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중동 사람이 두려워졌다. 왜 그랬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때문일까? 이유야 어떻든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를 쳐들어간 것도 유감이었다. 전쟁이 나면 군인만 싸우는 게 아닌데... 그 후 테러는 그치지 않았고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도 서로 죽이고 죽고. 전에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통해 자신의 영토를 지키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이주한 많은 이스라엘인이 경제적인 힘이 있고 그래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동물 세계처럼 약육강식을 비판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젠 생각이 좀 바뀌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인 에드워드 사이드 (Edward W. Said)가 1978년에 출판한 <<오리엔탈리즘>>을 읽고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이드 교수는 영국령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에서 태어났으나 교육은 요르단 왕 후세인 등 아랍권에서 알려진 정치 문학인을 많이 배출한 이집트의 빅토리아 컬리지를 다니다 미국 사립 고등학교로 전학 가서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를 받고 석박사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마쳤다. 이후 1963년부터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영어와 비교문학 교수로 2003년 백혈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제직 했다. 그러나 그는 그냥 가르치기만 한 게 아니다. 1967년 이스라엘의 7일 전쟁을 미국 뉴스 매체가 다룰 때 아랍에 대해 역사적 문화적 사실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틀에 박힌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걸 증명하고 바로잡기 위해 정치적 활동을 하면서 많은 글을 썼는데 그중 으뜸인 책이 <<오리엔탈리즘>>이 아닐까 싶다.


오리엔탈리즘이란 간단히 말해서 서양 특히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나중에 미국까지 이슬람 문화와 아랍인을 “다른” 존재로 정의하고 왜곡하는 모든 활동과 생각을 말한다. 사이드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을 다루는 기업 기관이란다. 학자들은 중동을 연구해서 지식을 생산하고, 정치인은 그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행사하고, 작가는 유럽인들이 알 수 있게 소설로 썼다는 거다. 사이드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담론(Discourse) 이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는데 담론은 제도적 권위를 지닌 전문가들이 생산한 지식의 집합체이며, 사회에서 담론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담론의 주장과 논리를 내면화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는 거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담론의 주제는 이슬람 문화와 아랍인이며 유럽인이 이집트와 다른 아랍권 국가를 식민지화했을 때 얻어진 지식과 인식이 여전히 현재까지 중동에 대한 서양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이드는 19세기 이전 문서부터 중동인을 과학적 현대적 관점에서 연구한 문서 소설 등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설명한다. 서론만 28페이지인데 이것만 잘 읽어도 나중에 300페이지 넘게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사이드가 연구하고 증명한 주제는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서양인의 상상 속에서 동양(이 책에선 이슬람과 아랍을 말한다)이 구성되고 영속되었다는 거다. 서양은 힘이 있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에 갔을 때 3000명이 넘는 학자와 과학자를 데리고 갔다. 모든 것을 포착해서 연구하고 기록했다. 동양이 동양화 된 것은 유럽의 힘의 구조에 의해 그람시(Antonio Gramsci)가 말하는 문화적 헤게모니 (Hegemony)가 형성되었다는 거다. 사람들은 자진해서 지배적 체제의 문화를 받아들여서 오리엔탈리즘이 연속하고 힘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플로베르(Gustave Flaubert)가 그의 소설을 통해 묘사한 동양 여인 쿠처크 하넴 (Kuchuk Hanem)은 관능적이다. 서양인의 상상 속에 동양 여인은 그렇게 자리 잡게 된다. 유럽은 자신들이 우월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헤게모니적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내재화해서 그들과 반대되는 "관능성, 전제주의적 경향, 일탈적 사고방식, 부정확한 습관, 후진성"을 가진 동양이 있어야 자신들의 정체성이 증명되고 안정되었단다. 따라서 지배적 힘의 체제에서 문화는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다고 주장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왠지 "꼭 이렇게만 생각해야 하나?"라고 살짝 반감이 들기도 했다. 누구나 연구할 때 우선 전에 연구된 문헌을 들여다 보고 그 말이 맞는지 혹은 새롭게 발견할 게 있는지 질문하는데 특별히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스트 학자들도 매우 꼼꼼하고 상세히 연구하고 기록했다. 그럼 그 모든 연구가 의미 없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 오리엔탈리스트의 영향을 말한 거다. 그래도 왠지 우리는 지배적 힘의 구조 안에서 공생하는 관계여서 별로 변할 게 없다는 말 같아서 씁쓸했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던 서양 소설을 읽으며 내 인식이 자연적으로 서양인의 눈을 갖게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지적을 받는 것 같아 불편했다. 알고 보면 사이드도 서양의 힘의 구조 안에서 서양의 연구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이론을 설득했으므로 그도 문화의 헤게모니를 창출한 거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건 다른 나라 사람, 다른 문화를 스스로 경험하기 전에 편견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누구도 나쁜 고정관념으로 차별받기를 원하지 않을 거다. 성경에도 나오고 행동 규범으로 널리 알려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말만 잘 지켜도 사회에 많은 문제가 사라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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