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한편 영숙은 앤드류가 청소년 때부터 유난히 돈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걱정됐다. 아마도 땅과 주식에 잘못 투자하여 말년에 편안하지 않게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와 앤드류가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돈 욕심이 있다는 게 닮아서 그랬을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숙의 아버지는 늘 “돈을 밝히는 건 상놈이나 하는 짓이니” 자식들은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아인슈타인처럼 과학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영숙의 남동생은 아버지의 소원대로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여 교수가 됐다. 그래서 영숙도 “돈”을 밝히는 건 경망스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앤드류는 자주 미국의 큰 부자가 되는 꿈을 꿨다. “저는 30대까지만 일하고 그다음엔 편안히 살만큼 부자가 될 거예요.”
비록 사립학교에 보내지 못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건 부족하지 않게 공급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앤드류는 부모가 가난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레이스와 앤드류가 처음 한국에 와서 동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이들끼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너네 집 산 거야 전세야?
전세가 뭔데?
자기 집이 아니야.
엄마? 우리 집이 전세야? 앤드류는 부엌에서 간식을 준비하는 영숙에게 뛰어와 물었다.
전세래.
그런데 너네 아버지 의사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S대학병원 의사야.
거짓말. 의사면 왜 이렇게 작은 아파트에 전세로 살아?
그 후 그레이스와 앤드류는 만수가 의사가 아니라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라고 했단다. 왜 그런 거짓말을 했냐고 물었더니 어떤 아이 아버지가 연구원인데 우리 집과 같은 평수에 전세로 산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정했다고 했다. 그 후 앤드류는 꼭 부자가 될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앤드류, 엄마 아빠는 가난하지 않아. 너무 많은 물건을 많이 사면 처음에 몇 번 쓰고 결국 쓰레기가 되잖아. 네가 산 장난감을 생각해 봐. 레고 비비건 게임기… 토이스토리에 우디나 미스터 포테이토처럼 한 두 번 가지고 놀고 다 통속에 들어갔잖아. 그래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거야. 그리고 엄마 아빠가 절약해서 우리 집도 빨리 장만했잖아. 이제 네 친구처럼 큰 평수 아파트로 이사 와서 네 방도 넓어졌잖아.
그렇지만 강남에 사는 건 아니잖아요.
엄마는 돈이 많은 것보다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누나와 네가 공부 잘해서 부러울 게 없단다.
그래도 저는 부자가 될 거예요. 엄마가 갖고 싶은 것 다 사드리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언제든지 외식할 수 있게 해 드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