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방문

by 명희

1년 넘게 치료받고 있는 습진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 또 피부과를 찾았다. 2개월 전에 정년 퇴임한 교수 대신 다른 교수에게 두 번째 진료를 받았다.


스테로이드를 너무 오래 써서 다른 걸로 바꿔야겠어요. 그리고 이건 용량이 너무 적어서 별 의미가 없는데… 용량을 올릴게요.

그런데 교수님… 제가 작년에 높은 용량을 들다가 배가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서 응급실로 실려왔었거든요. 그래서 조정된 약인데 꼭 바꿔야 하나요?

네. 스테로이드를 너무 오래 들었어요. 새 약 한 번 들어보세요. 3일 치만 들어보세요. 머리가 아플 수 있어요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 이걸로 바꿀게요. 다음 달에 오세요.

제가 직장 때문에 그러는데 2달 분을 받을 수 있을까요?

… 다음에 왔을 때 피검사하세요


이 대화가 이뤄지는 2분 동안 의사는 내 손을 보지 않았다. 얼굴도 옆 눈으로 두 번 정도 봤다. 마치 컴퓨터를 진료하는 것 같았다. 컴퓨터 기록을 보며 앞에 언급한 대화가 오갔다. 이렇게 환자를 볼 거면 바쁜데 오고 가게 하지 말고 그냥 화상 진료도 가능할 거다. 찜찜한 기분으로 진료실을 나오니 간호사가 친절한 목소리로 다음 방문 날짜를 잡아줬다. 그리고 새로 처방된 약은 동의서가 필요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어떤 약이냐고 물었더니 임산부에게 부작용이 있는 약이라서 동의서를 받아야 되고 자세한 건 전공의가 설명할 거라고 했다. 대기실로 돌아가 기다렸다. 잠시 후 이름이 호명됐다.


오늘 새로 처방받으셨죠? 동의서에 서명하세요.

왜 서명을 해야 하나요?

전공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뭐가 안 좋은가요?

태아기 기형을 초래해서 이 약은 동의서를 받게 되어 있어요. 3일치니까 3개월간 헌혈할 수 없어요

서명하라고 다시 태블릿을 내민다

좀 읽어볼게요

그렇게 하세요


전공의는 뭔가 못마땅한 것 같았다. 백화점처럼 친절할 것까진 없어도 마치 내가 필요 없는 질문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 훈련을 받고 있는 의사면서 벌써부터 고자세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해서 불평하고 싶었지만 남편도 자기 과가 아닌데 어쩔 수 없을 거다. 더구나 남편은 이 피부과 의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약국에 가서 약을 받으며 약사에게 부작용에 대해 물었다. 약사는 염려하는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줬다. "얼굴이 건조할 수 있고 햇볕에 민감할 수 있으니 보습크림 충분히 바르고 썬크림 꼭 바르세요."


저녁에 들어온 남편에게 오전에 병원에 간 일을 말했다. 남편은 여전히 내가 너무 예민하고 동료 의사가 특별히 잘못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난 당신처럼 민감한 사람은 소견서 써 주면서 다른 의사에게 가라고 해.

네, 아무래도 다른 의사에게 가야겠어요. 믿음이 안 가요. 지난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내 손을 보지 않았어요. 당신은 그렇게 환자를 보지 안잖아요. 나도 당신 동료니까 웬만하면 그냥 다니려고 했는데 믿음이 안 가요. 그 사람이 아무리 서울대 나오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믿음이 안 가요. 내가 약물에 민감하다고 했는데... 두통을 심하게 유발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하고... 뭐 죽고 사는 병도 아닌데 그냥 습진 좀 갖고 살래요. 약 먹고 더 병날 것 같아요.


내가 민감할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와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치료에도 차질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특별한 게 아니다. 그냥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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