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인은 총을 좋아하나?
몇 명이 더 죽어야 총기법이 바뀔까? 5월 24일 오전 11시 32분. 텍사스 작은 마을 초등학교에서 19명 어린이와 선생님 2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18살 고등학교 중퇴자. 생일 선물로 산 총으로 자기 할머니를 쏘고 학교로 갔다. 정신병 경력은 없었다. 미국은 2022년 현재 사상자가 4명 이상 되는 총기 사고가 벌써 212건이나 된다. 2019년에 417건, 2020년에 611건, 2021년에 693건으로 매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총기 문제만 없어도 훨씬 안전한 나라일 텐데... 그러나 이번에도 총기법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수정 헌법 2조 덕분에 미국인은 총기를 소지할 권리가 갖게 되었고 미국총기협회(NRA)는 막강한 자금과 힘으로 총기 소지를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만큼 지키고 있다.
수정 헌법 2조는 1789년 9월 25일 의회를 통과하여 1791년 12월 15일 비준된 권리장전의 일부로 채택된 수정헌법이다. 내용은 이렇다. “잘 통제된 민병대는 자유주의 국가 안보에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수정헌법이 채택되었을까? 미국 건국 시대 사람들은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기 위해 군인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영국 역사를 보면 정부가 외국의 적과 싸울 필요가 있을 때만 봉급을 주는 군대를 모집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 외 비상 상황에서는 무보수에 자기 무기를 가진 민간인으로 구성된 민병대에 의존한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은 독립전쟁에서 민병대만으로 국방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따라서 연방 정부가 평상시 상비군을 창설하고 민병대를 통제하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연방주의를 반대하는 반연방주의자들은 연방정부에게 모든 군사력을 주면 주가 연방정부의 찬탈을 방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연방주의자들은 미국 국민이 모두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군사력으로 탄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들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 사이의 논쟁에는 두 가지 공통된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제안된 새 헌법은 연방 정부에 군대와 민병대에 대한 거의 완전한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둘째, 연방정부는 시민을 무장해제시킬 권한이 전혀 없어야 했다. 그래서 바로 이 두 번째 근거 즉 국가는 국민의 총기 소지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합의가 있어서 수정 헌법 2조가 통과될 수 있었다.
이제는 연방정부의 군대는 최신 무기로 무장해서 어느 누구도 무장한 시민이 연방정부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이 연방정부의 군대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이제 미국 시민이 총기를 소지하는 건 민병대 의무가 아니라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사냥이나 레크리에이션을 하기 위해서다. 법도 바뀌었다. 건국 시대에는 주에서 총기를 규제했지만 오늘날 총기법은 더 광범위하다. 원래 수정헌법 2조는 연방 정부에만 적용돼서 주에서는 필요에 따라 무기를 규제했다. 그러나 2008년 대법원은 거의 모든 민간인이 워싱톤 디씨 (Washington D.C.)에서 권총 소지를 금지한 연방법을 무효화했다. 수정헌법 2조가 민병대를 유지하기 위한 주의 권리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기를 소지하는 사적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해석했다. 2010년에도 법원은 주 차원에서 유사한 권총 금지령을 가각했다. 연방정부가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침해할 수 없듯이 주정부도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미국인의 총기 소지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 기본 권리다.
그러나 총기를 통제하는 법이 없는 건 아니다. 법을 준수하는 사람은 총을 소지할 수 있지만 중범 및 정신 질환자는 금지한다. 그밖에 주에 따라 많은 금지가 있다. 은닉 휴대 금지, 위험하고 특이한 무기 금지, 학교 및 정부 건물과 같은 민감한 장소에서의 총기 규제, 상업적 판매 제한, 최소 탄약 수를 초과하는 총기 탄창에 대한 제한과 공격용 무기에 대해서도 금지한다. 국립공원, 우체국, 술집, 대학 캠퍼스에서의 총기도 금지한다. 이러한 결정은 공공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총기를 제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불특정 다수가 사망하는 총기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총기를 통제하는 법을 좀 더 강화하려고 하는데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미국총기협회(NRA)는 조직적으로 모든 형태의 총기 규제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더 많은 총기가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든다"라고 주장한다. 대체 이 단체는 뭔가? 1871년 미국 남북 전쟁에 참전했던 두 명의 병사가 소총 사격을 장려하려고 만든 동아리였다. 그런데 1975년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로비 단체를 구성했고 1977년 의회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자체 정치 행동 위원회(PAC)를 구성했다. 그리하여 미국총기협회(NRA)는 상당한 예산을 보유하고 명실공히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특수 이익 로비 그룹 중 하나가 되었다. 이들은 총기 권리 인식 정도에 따라 의원의 등급을 매기고 투표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2020년에 NRA는 약 2억 5,000만 달러(약 3천160억 원)를 지출했는데 이는 미국의 모든 총기 규제 옹호 단체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수정 헌법 2조가 워낙 오래전에 자세한 설명 없이 쓴 법이라 법정에서의 해석과 정치적 해석이 다르다. NRA는 오래전에 법정 해석만으로 총기 권리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정 헌법 2조가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총기 권리를 강화했다. 바로 선점형 모델(선점 원칙은 두 권위가 충돌할 때 더 높은 권위가 하위 권위의 법을 대체한다는 개념)로 주 의회를 겨냥했다. 현재 40개 이상의 주에서 선점법은 시에서 총기 규제하는 걸 명시적으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총기 규제를 하는 지역 조례를 통과시켜도 해당 주의 선점법은 지역 공무원이 총기 규제 조치를 취하는 걸 제한한다.
왜 이들은 이렇게 총기에 집착할까? 아니 NRA 멤버뿐만 아니라 미국인은 총을 좋아한다. 2017년 통계를 보면 100명당 총이 120.5자루라니 사람 수보다 총이 더 많다. 애담 윙클러 (Adam Winkler) 유씨엘에이(UCLA) 법대 교수는 "총기는 미국인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단다. 미국을 건국한 창립자들은 총을 들고 영국과 싸운 혁명가들이다. 미국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부 개척시대에도 정부가 개인의 안전을 지켜준 게 아니라 개인이 총을 들고 스스로 방어하고 살아남았다. NRA는 이런 미국의 자유와 정체성이라는 개념에 총기 권리를 연결했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은 총기 권리를 빼앗거나 제한하면 미국의 이상과 창립자의 정신을 공격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NRA는 자유의 관점에서 총기 권리에 대한 주장을 수용하는 데 성공했다. 개인이 자신의 총으로 자신을 지킬 자유를 뺏으면 안 된다는 거다. 특히 정부가 범죄 사고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줄 거라는 신념을 잃은 상태에선 총기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총기 사고가 나면 사람들이 총을 더 산단다. 그리고 NRA는 고장 난 축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범죄를 예방하려면 더 강한 무기를 소지해야 한다고. 그래서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 미국의 인구 통계가 NRA를 위협하고 있다.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소수민족이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이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밀레니엄 세대가 총기 권리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NRA가 강력한 건 유권자가 있기 때문이다. 총기 규제 운동이 확산되고 더 많은 유권자를 확보하면 NRA와 싸울 수 있다. 그래서 애담 윙클러는 총기 규제가 수정 헌법 2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동원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선거에서 큰 이슈로 만들어야 한단다. 만약 총기 규제 세력이 승리하면 총기 논쟁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될 거라고 했다. 빨리 이런 날이 와서 더 이상 학교에서 아이들이 죽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반자동 소총인 AR-15 라이플총에 맞은 아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했다. 인체와 비슷한 젤로 실험하는 영상을 보니 일반 소총에서 나간 탄알은 젤을 쭉 지나가는데 반자동 소총에서 나간 탄알은 젤 속에서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AR-15에 맞으면 모든 장기가 산산이 터져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미국의 많은 유권자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을 사기보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총기 규제에 더 뜨거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