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를 본다.
기분이 저하되거나 아무 일도 하기 싫을 때 유튜브에서 에미리오 아브릴(Emilio Abril)의 연설을 듣는다. 프랑스어로 된 유튜브 콘텐츠를 찾다가 에미리오를 알게 됐다. 이 사람 연설은 내가 들은 그 어떤 유튜브 연설보다 설득력이 있다. 에밀리오의 유튜브 동영상은 첫째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주고 둘째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고 셋째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를 간결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마지막으로 빨리 말해서 졸릴 틈이 없어서 좋다.
에미리오가 말하는 것 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건 꾸준히 실천하는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람직한 행동을 장기적으로 실천해서 좋은 습관을 갖게 되는 거다. 그러려면 벌써 늘 하는 활동에 새로운 활동을 접목하면 실천할 확률이 높단다. 보통 매일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뉴스를 본다면 이런 일상에 새로운 활동을 첨가하면 된단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하고 뉴스를 보며 운동하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거다.
그런데 이런 좋은 행동이 말처럼 쉽게 습관으로 정착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새해에 정한 목표는 왜 잘 안 지킬까? 많은 경우 의욕이 넘쳐서 무리했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습관화하고 싶다면 하루에 10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다면 하루에 3 단어. 이처럼 우리 일상에 살짝 끼워 넣어도 무리가 없겠다 싶을 정도의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좋은 습관을 갖기 어려운 건 처음부터 너무 급격하게 생활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첫날부터 1시간 넘게 운동을 하거나 생전 처음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첫날부터 2시간씩 단어를 외운다면 우리 뇌는 이런 활동을 과한 노동이라고 생각하여 다음날 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그러니 우리 뇌가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시작하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할 수 있다. 5분 10분 운동하고 책 읽고 단어 외우는 것 별것 아니지 않나!
문제는 아무리 짧은 시간을 한다 해도 하기 싫은 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좋아하는 활동과 함께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커피 마시는 건 좋은데 책 읽는 게 귀찮다면 커피 마실 때 책을 펴서 읽는 거다. 이때 지켜야 할 원칙은 새로 시작하는 활동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즉 책 읽기 습관을 기르려면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것보다 리더기로 읽는 게 좋다. 핸드폰으로 보면 메시지나 알림이 와서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 따라서 단 10분의 독서라도 오롯이 독서에만 집중해야 한다. 만약 졸리거나 내용이 빨리 들어오지 않는다면 큰 소리로 읽어보는 것도 좋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준다고 생각하며 큰 소리로 읽다 보면 재미있어서 곧바로 빠져들 수 있다.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살 시작한 좋은 행동을 한 일 년 이상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히 좋은 습관을 갖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게 될 거다. 돌이켜보니 나도 책 읽기와 외국어 공부를 그렇게 시작했고 한 일 년 전부터 글쓰기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에미리오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습관을 들였다고 해서 빠른 결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면 빨리 외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빨리 살이 빠지지 않아서 실망하고 좋은 습관이 정착하기도 전에 그만둘 수 있다. 그냥 로봇처럼 뚜벅뚜벅해야 한다. 분명한 건 좋은 활동을 하든 안 하든 시간은 지난다는 거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할 결과를 얻게 된다는 거다. 하루에 단어 3개만 외워도 일 년이면 1092개 단어를 알게 된다. 그게 어딘가? 게다가 진득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자신에게 신뢰가 갈 거다. 그러면 전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한 학기가 끝나면 잠시 우울한 마음이 든다. 정년이 2년 남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게 아쉬우면서도 몸은 움직이기 싫다. 그럴 때 에미리오의 연설을 듣고 초등학교 때처럼 방학 계획을 세운다. 6시 기상. 8시까지 영어와 프랑스어로 일기 쓰기(한 두 단락). 9시까지 휴식. 이때는 티브이에서 영어나 프랑스어 뉴스를 볼 수 있다. 10시에서 11시 커피 마시고 책 읽기(적어도 30 페이지). 12시부터 1시까지 글쓰기(A4 용지 반 장). 점심시간 1시간. 3시부터 자유시간. 저녁에 뉴스 보며 10분 운동하기. 일이 생겨 시간을 못 지키더라도 일기 쓰기, 책 읽기, 글쓰기와 10분 운동은 매일 하기. 요새는 이렇게 한 일을 기록해 놓을 수 있는 앱이 많아서 전보다 눈으로 확인하기가 쉽다. 아~ 이렇게 방학 계획을 세우고 나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