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쩔 수 없이

코로나에 걸렸다.

by 명희

아침에 남편이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출근을 하고 한 시간 뒤에 전화가 왔다.

"여보, 나 코로나 확진받았어. 며칠 전에 독감 예방접종을 해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의심이 가서 검사했는데 그러네. 당신도 자가 키트로 검사해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증상이 있으면 그때 할게요."

"당신 오늘 수업 있지?"

"네"

"퇴근하면 작은 방 문 열지 말고 저녁 식사만 문 앞에 놓아줘요."

"네, 알았어요. 지금 증상은 어때요?"

"미열이 있고 근육통이 있네."


남편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해서 문 앞에 놓았다. 그리고 약 3일이 지나니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나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평상시대로 활동했다. 금요일에 강의를 하고 토요일 오전에는 프랑스 학원에 갔다가 평소보다 늦게 들어왔다. 그래야 남편이 방에서 나와 좀 더 돌아다닐 수 있어서. 일요일엔 줌으로 만나는 영어 독서모임을 하고 남편이 타코를 들고 싶다고 하여 장도 보고 저녁을 사러 나갔다. 비가 주룩주룩 왔다. 독서모임에서 주고받은 생각을 되새기며 신나는 마음으로 전철을 탔다. 이마트에는 사람이 많았다. 온라인으로 본 장이 다음날 도착하기로 되어 있어서 닭고기와 생선 데쳐놓은 취나물과 시래기를 샀다. 타코벨에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하드셀 타고 2개와 나초를 샀다. 그리고 아침에 먹을 빵을 사면서 점심에 먹을 바게트 샌드위치도 샀다. 남편이 집에서 한 2시간 자유롭게 돌아다니라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장도 천천히 보려 했지만 커피숍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한 시간 30분 정도 지났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당신 어디 있어?"

"장도 보고 타고도 샀는데 2시간이 안 지나서 책방이라도 갈까 하는데... 비고 오고..."

"그럼 얼른 들어와."

"당신 샤워도 하고 좀 나와 있었어요?"

"응. 충분했어요."


타고와 과일을 깎아서 방문 앞에 놓아줬다. 그리고 나도 티브이를 보며 밥과 광어회 더덕구이를 먹었다. 그리고 치우고 잠자리에 12시가 넘어 들었다. 그런데 4시 정도에 눈을 떴는데 머리가 아팠다. 직감적으로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머리가 아파지는 게 무서워서 일단 타이레놀을 들었다. 그리고 코로나 검사 자가 키트로 검사를 했다. 설명서에 쓰인 대로 면봉으로 코를 각각 10회 돌려서 추출 용액 튜브에 넣어서 돌렸다. 그리고 면봉을 넣은 채고 튜브 뚜껑을 닫고 검채테스트기에 3방울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한 줄만 나오더니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두 줄이 나타났다. "아 걸렸구나!"


남편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전화했다. "여보 나 자가 키트로 검사했는데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요." 남편이 작은 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어?" 남편에게 타이레놀 먹은 것까지 말했다. 강남구청 보건소와 병원에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남편이 재직하는 병원에서 더 빠른 답변이 와서 병원에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 강남보건소에서도 전화가 왔다.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병원에 가기로 했다. 병원에서 확진을 받고 엑스레이와 CT 스캔을 한 결과 전보다 기관지 염이 좀 더 심해지고 약간의 폐렴 증상도 있다고 하여 코로나 약 이외에 항생제도 2종류 추가로 처방받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어제 산 샌드위치를 먹고 지어온 약을 들었다. 약 3시간이 지났을까? 머리가 빠개질 정도로 아프고 매스껍고 토를 할 것 같았다. 화장실에 가서 토했다. 음식물은 아니었다. 약물 같았다. 1시간마다 토했다. 나중에는 노란 위액이 나왔다. 남편이 이온 음료를 권했지만 아무것도 마실 수 없었다. 다시 병원에 연락하여 곧바로 입원하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침대에 뉘어져 격리 방까지 가는데 어지러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즉각 수액과 함께 코로나 약이 수액으로 투여됐다. 그러나 난 해열제와 메스꺼움을 가라앉히는 약물이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열은 37도로 높지 않다고 했다. 나는 평소 36.5도만 약간 넘는 열에도 민감하다고 했다. 약이 들어갔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벽이 걸린 시계가 12시 반 밖에 안 되었다. 눈을 감아보지만 잠이 안 왔다. 이렇게 불편한 느낌을 한 1년 전에도 경험하여 응급실에 왔던 기억이 났다. 그때도 의사가 약을 2배로 늘려 생긴 일이었다. 내 증상은 한꺼번에 독한 항생제를 너무 많이 들어 나타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약을 시간에 맞춰 꼭 다 들어야 한다고 종용한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내 몸이 문제지 남편은 원칙대로 한 거다.


아침에 정신이 조금 드니 걱정되는 게 수업이었다.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이번 주에 학생들에게 휴강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9시가 넘어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 일이 일단락되니 어제보다 확실히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뉴욕에 있는 아들과 아들의 여자 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딸과 사위에게서 문자가 왔다. 딸은 수업이 끝나면 영상통화를 하겠다고 했다. 점심으로 죽을 먹었다. 많이 먹을 것 같았는데 반 밖에 먹지 못했다. 점심 이후 더 기운이 났다. 전날 공휴일인데도 남편의 부탁을 받고 병원에 와 줬던 호흡기내과 교수님이 약에 민감한 걸 감안하지 못하고 처방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저녁에 다시 회진을 돌았을 때 한결 좋아져서 집에 가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약이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 기분이 들 수 있으니 좀 더 치료를 받고 가도록 권고했다.


아들과 여자 친구, 딸, 사위, 손자, 큰집 식구들, 친구네 가족, 같은 사무실을 쓰는 동료 교수 3명 등 내 주변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었다. 그러나 난 안 걸렸다고 스스로 코로나엔 강한 유전인자를 가진 게 아닌가 착각했는데 나도 이 몹쓸 병을 피해가진 못했다. 하긴 코로나 전에 기침을 너무 자주 해서 학생 한 명이 수업시간에 갑자기 나가더니 물을 한 병 사다 줬었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기관지염과 폐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코로나에 걸리고 입원을 한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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