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새로운 시작

by Benjamin

나는 왜 영업을 하다 경영을 꿈꾸게 되었을까

나는 2000년에 첫 회사를 다녔다.


1997년에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엄청난 IMF사태를 국민들의 힘으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난 직후였고, 세상은 ‘닷컴 버블’이라 불릴 만큼 IT 산업의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나는 IT 업계의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 해본 영업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특히 기술영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었다. 고객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을 고르고, 어떻게 구축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설계하는 일이었다.

‘설득’보다 ‘해결’에 가까운 일이었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영업의 또 다른 매력은 회사 전체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회사는 이윤을 내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의 최전방에 영업이 있다.

내가 수주한 하나의 계약이 개발팀을 움직이고, 운영팀을 바쁘게 만들고, 회사의 다음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서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쌓이기 시작했다.


이번 사업으로 회사가 실제로 남기는 이익은 얼마일까?

조금만 다르게 접근했다면, 이익을 더 남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놓친 수주 하나가 회사 전체에는 얼마나 큰 손실이었을까?

그 손실은 다음 사업에서 어떻게 만회해야 할까?


영업을 잘하고 싶어서 시작된 질문이었는데, 어느 순간 질문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사업을 따오고 있는 것이, 회사의 한 조각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고, 숫자보다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래서 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솔직히 말하면,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다니던 IT 회사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같은 업계로의 이직이 아니라 전직을 선택하고 싶어졌다.

영업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영을 고민할 수 있는 자리로 가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한 회사에서 나의 이력을 흥미롭게 봐주었다.

영업 경험, IT 프로젝트 매니저(PM) 경험, 그리고 경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그 결과, 나는 그 회사의 전체 사업부장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 회사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제조·유통하던 사람들이 새롭게 창업한 곳이었다.

나는 신규 제품의 국내 유통 영업과 재무회계를 제외한 전반적인 경영 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때가 2018년이었다.


브랜드를 만들고, 대리점을 통해 유통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에 회사에서 가지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 기반 판매 경험만 앞세운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법은 이미 강화되어 있었고, ‘대리점’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실적을 내기에는 애매한 구조였다.

브랜드 인지도도 없는 상황에서 선뜻 대리점을 하겠다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벽에 부딪혔다.


그렇게 버티던 중, 지방의 한 소도시 Y에서 한약 원료와 한의학 기반 제품을 다루는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인연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Y시의 그 대표님은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의 전문 생산을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가능성에 베팅했다.


대표를 포함한 세 명이, 일주일에 사흘씩 Y시로 내려갔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춘 와중에도, 우리는 그 사업에 모든 걸 걸기 시작했다.


2020년 가을,

Y시의 대표님은 마침내 글로벌 유통업체와의 MOU 체결에 성공했다.

그 계약을 기반으로, Y시에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전문 제조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사업이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힌 세계의 입구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동물의 세계보다 더 센 먹이사슬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거미줄을 하나하나 풀어내려는 나의 고군분투가,

훗날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게 될지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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