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품, 다시 시작

by Benjamin

드디어 생산 계약을 하다.


2024년 연말부터 여러 생산업체를 돌아다니며 우리 첫 제품을 가장 잘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선정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우선 우리 제품의 제형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조건, 둘째는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원료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였습니다.


건강기능식품제조업의 허가를 받은 자가 제품을 제조하려는 경우에는 제조방법설명서, 기준·규격에 대한 시험·검사성적서 등을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업체 선정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간혹 자신들의 원료 재고 내에 우리가 필요한 원료가 없을 경우에는 원료를 브랜드사에서 공급해줘야 하는 조건이 붙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내에서 가장 효율성 좋게 생산해야 했기에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특히 우리 첫 제품 내의 원료 중에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원료 2가지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원료회사의 도움으로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생산업체를 소개받을 수 있었고, 다행히 그 소개받은 생산업체는 우리의 선정 기준에 적합했습니다.


2024년 말, 우리는 업체 선정을 완료하고 업체와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생산 계약은 완료 하였지만 모든 업무는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반복의 연속


우리는 일단 기획한 첫 제품의 레시피를 생산업체에 공개했고, 그 공개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첫 샘플 제작이 들어갔습니다. 우리 첫 제품은 액상 형태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원료의 기능성도 중요했지만, 맛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입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제형의 제품들은 맛있게 생산해야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품의 효능을 좌우하는 주원료의 함량이 정해지면 그다음부터는 거의 맛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로 '맛을 잡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잘못하게 되면 맛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업체에 요청해서 맛을 내는 원료를 여러 방법으로 배합하여 전달했습니다. 생산업체 개발팀에서는 가능한 여러 종류의 배합으로 랩 제품을 우리에게 전달해줬습니다.


간혹 맛을 빨리 잡기 위해서 향을 사용하는 업체도 많은데, 우리는 가능한 천연 추출물을 통해서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시도했습니다. 천연 추출물을 사용하다 보니 랩 제품 생산 이후에도 바로 시식을 하지 않고 며칠의 시간차를 두어서 맛이 제품에 베이도록 한 다음에 맛을 보고 평가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생산업체에서 빠르게 대응하여 랩 제품을 만들어 전달해 주어도 테스트 하고, 결정하고, 수정하는 시간이 더디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특히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타 회사의 상품들도 상당 수 구매해서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제품의 맛과 비교하고, 타 회사 제품들의 사용후기 등을 검색하여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정리하면서 맛을 구현해 나갔습니다.


너무 시간이 걸리고 생산업체에서도 계약당시에 제시하였던 랩 제품의 생산 횟수를 이미 초과하였기에 난감을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내부에서도 인공 향 원료를 약간 첨가 하자 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저희의 첫 제품의 주원료 자체가 고유의 비릿하면서도 쓴 맛을 내는 원료였기에 맛을 잡는데 어려움이 컷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주 레시피 내에는 이미 향을 아주 미량이기는 하지만 사용을 하였기에 더이상 향 사용을 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때 부터 아는 사람들 중에 맛과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하셨던 분들 과 과일 추출물을 전문 생산하시는 분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저희는 과일 추출물 사용을 원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과일을 이용하여 추출물을 만들어 판매하시는 몇몇의 대표님들을 찾아가 어떻게 해야 주원료의 특유의 맛을 잡을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추출의 방법에서도 맛을 내는데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각 대표님들의 추출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 대표님들께서 호의 적으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맛을 잡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생산업체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일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한다면 향 첨가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야 하는데 저희의 의견을 듣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생산업체의 개발 부서와 우리 직원들이 끊임없이 반복의 반복을 거쳐서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맛을 구현해 냈고, 우리는 최종 레시피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에서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저는 직원들이 제품의 레시피 수정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제품의 외형적인 디자인과 나머지 서류적인 작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식품, 특히 우리 제품과 같은 건강관련 식품의 경우에는 식약처의 관련 규제 및 방법 등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꼭 검토하고 짚어가며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일을 분업하지 않으면 시간 소요가 너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우리는 이미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 근무했었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우리는 동시에 진행해 나가서 각 스텝마다 생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정보 등을 빠르게 전달해줘야 했습니다. 우리는 효과적인 업무 분장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우리는 이미 자신들의 업무 강점을 너무 잘 알았고, 각자의 강점을 기준으로 업무 분장을 했습니다. 개발부서에서 경험이 가장 오래된 A는 최종 레시피 확정 과 제품의 생산 공정 설정에, 품질관리부서에 경험이 가장 오래된 B는 품목신고 부터 품질관리에 필요한 법적인 업무에 치중하기로 했으며, 전체적인 기획이나 판매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기획팀에서 경험이 많은 C가 맡아주었습니다. 저는 전체적인 업무의 결정 과 조율을 책임졌고, 특히 외부 업체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집중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생산업체에서 오랜 경험으로 각 분야마다의 업체를 여러 알고 있었고, 필요 요소마다 우리에게 힘을 보태줄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제품의 외형적인 디자인부터 제품을 담을 부자재의 선정부터 생산까지, 그리고 제품을 설명하는 부분도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지켜야 할 게 많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아마 이렇게 업무 분장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게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험의 중요성


우리는 그래도 생산업체에서 근무했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의 순서를 알고 있어서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만약 제가 이 분야를 정확히 몰랐다면 결정 단계에서 부터 많은 허들이 발생 했을 것입니다.


식품의 생산에는 원료 검사부터 생산 공정 관리, 제품 검사, 법규 관리, 위생 관리까지 챙겨야 하는게 많습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각 단계별로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꼭 식품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사업을 꿈꾸는 독자분들이 있다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유사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꼭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내 사업 아이템인데 그 아이템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도 모르고, 생산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뛰어든다면, 결국은 생산업체에 모든 과정을 의지할 수밖에 없고, 생산의 주도권을 생산업체에서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된다면 내가 원했던 제품과 다른 제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인 혹은 소수가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대표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주변이나 간혹 미디어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소개할때 보면 제조 기술이나 방법등을 배우기 위해 전문가 혹은 기술자를 찾아가 조건 없이 배웠다 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 마다 저는 요즘 세상이 어떤세상인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제 제품을 런칭하려고 하다보니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준비는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대표가 얼마나 준비했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생과 사의 갈림길이 달라집니다.


또 다른 걱정거리


우리는 생산업체와의 계약 이후에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직원들 간에 능력에 맞게 분업을 실시하여 최대한 제품이 생산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습니다.


식품제조업자는 생산 제품에 대한 정기적으로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한지를 검사해야 하며, 자가검사시설이 없거나 직접검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식품위생검사기관에 의뢰하면 검사결과를 자가품질관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절차들을 병행해야 했기에 할일은 너무 많았고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제품의 레시피가 완성되고 외적인 디자인부터 법적인 모든 신고사항도 잘 마무리될 수 있었고, 우리는 드디어 2025년 3월 26일에 우리 첫 제품을 인도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첫 제품 인도받기 전날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고생해서 만든 첫 제품이 세상에 드디어 나온다 하는 감격에 그렇기도 했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제품이 잘 팔릴 수 있게 할 수 있나 하는 고민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후자의 문제가 더욱 강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제품력이 좋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여 팔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거의 밤을 새우고 제품이 인도되는 시간에 맞춰서 물류창고로 갔습니다. 우선 계약 물량에 맞게 제품이 인도되었는지 수량 체크를 하고 제품 중에 랜덤으로 선별하여 외적인 하자부터 제품성에 문제는 없는지 검수를 했습니다.


우리가 기획한 레시피대로 제품이 제대로 생산되었는지 꼼꼼히 검수해 나갔습니다. 색깔, 향, 맛, 점도까지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6개월간의 여정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첫 제품이 우리에게 온 그날 직원들과 창업 후 첫 회식을 하며,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위로해주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우리 제품이라 생각하니 더 감격적이다."

"아이를 출산한 기분이란게 이런걸까."

"너무 힘들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고 이제는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아."


전 직장에서 수많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였을 그들이었지만, 막상 우리의 브랜드와 제품명으로 무언가을 만들었다는 것이 다르게 다가왔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아,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날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제품을 팔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소비자들에게 잘 알릴 수 있지?'

이제부터 남은 것은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판매에 대한 부분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6개월간의 제품 개발이 끝나고, 이제는 진짜 시장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 제품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일이었습니다. 제조사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이 빛을 발한 개발 과정은 끝났고,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일이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그걸 깨닫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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