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엔 교류라는데…
아이가 없는 부부는 치매도 걱정이다. 아이가 있다고 치매 걱정이 덜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쩌면 자식들에게 끼칠 폐를 생각하면, 자식 있는 부부가 자식 없는 부부보다 더 걱정이 클지도 모르겠지만... ?)
안 그래도 단 둘인 부부에게 둘 중 한 명이 치매에 걸린다 함은, 솔직히 상상도 하기 싫다. 상상도 싫으니 대비도 한 게 없고, 그러면서 문득문득 막연하게 걱정만 하곤 하는데…
최근에 어디선가 친구를 사귀거나 인적 교류가 많은노인은 치매에도 덜 걸린다는 기사를 보고, 문득 든 무서운 생각. ‘아뿔싸 그런데 나는 친구가 없구나!‘
원래도 그닥 친구가 많지 않던 나는, 결혼 후 신혼집을 경기도에 얻게 되면서 이전에 교류했던 사람들과도 멀어졌다. 이럴 경우 보통은 새 주거지에서 이웃을 사귀던데, 역시 아이라는 연결고리가 없는 집은 그것도 쉽지 않다.
해서 지난 6,7년 동안 나는 집 근처 마트나 백화점과만 친하게 지냈을 뿐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다.오로지 교류하고 소통한 건 남편과 멀리 사는 양가 가족들 뿐인데…
사실 아예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작년 이맘 때쯤, 갑자기 윗집 화장실 누수로 우리집 천정에 물이 한 가득 고였을 때,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윗집에 연락을 취해 아주머니, 아저씨와 소통했다.
일단 동에 달랑 한 대 있는 엘리베이터를 6년 내내 함께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엔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분들이란 게 신기했고, 그 다음은 매우 골치 아픈 일로 연락을 드렸음에도 계속 웃는 얼굴로 미안해 하셨던 게 참 인상깊었던 분들인데...
이쯤에서 잠깐 누수 발생과 피해 복구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처음엔 12층 누수로 11층였던 우리집 피해 발생.
-그래서 12층 보험으로 우리집 피해 복구.
-그런데도 계속 되는 누수.
-알고보니 원인은 13층. 그로인해 12층도 피해.
결국 11층과 12층이 힘을 합쳐 13층으로부터 피해 복구를 받게 됐다는 뭐 그런 얘기인데...
이로인해 나는 12층 아주머니와 오며가며 인사를 나눌만큼 가까워졌고, 시간이 되시면 집에도 한 번 놀러오시라고 말도 건넸지만...
얼마 안 있어 우리는 이사를 했다.
누수가 이사를 앞둔 시점이 아니라 훨씬 더 그 전이었더라면, 지금쯤 나는 이사 온 새 집으로 12층 아주머니를 초대해 집들이란 걸 했을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아쉽다.
그 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고 이번엔 나도 적극적으로 이웃을 사귀어 보겠노라 다부진 마음도 먹었지만, 그것도 영 쉽지가 않다.
요즘은 워낙 이웃 간의 프라이버시니 뭐니 지킬 게 많아서일까. 뒤늦게 입주한 아랫집이 이사 떡(대신 귤)을 가져왔는데, 그것까진 매우 반가웠는데,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집 앞에 두고 그냥 가시는 바람에 답례로 케이크를 준비한 나도 초인종을 누를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집 앞에 두고 총총총…
그 탓에 귤과 케이크만 오갔을 뿐, 정작 사람들은 아직 왕래를 하지 못한 상태. 이것도 좀 씁쓸한 생각이 든다.
'좋아. 그렇다면 공적인 업무로 가가호호 방문이 허락되는 동대표가 돼 봐?' 그런데 결국 이것도 생각만하다 패스.
선거에 나갔다 떨어지는 것도 망신스럽고, 매주 회의에 불려나가는 것도 번거롭고, 뭣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업체 선정이다 뭐다 할 일 많은 신축 아파트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후보 등록조차 못하고 관뒀다.
그 다음에 시도한 건 일본어 회화 모임!
일단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 일본어로 교류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글이 있는지 검색부터 했다. 있다! 있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수십 개의 댓글들. 역시 이거구나 싶어 클릭을 했는데...
<이 시국에 일본어로 떠드는 매국노들은 꺼져라. 독립유공자들의 영혼을 더럽히는 XXX...>
그리고 거기에 이어진 대, 댓글까지. 그렇게 논란만 되다 흐지부지 된 모임이라 결국 그것도 못했다.
그리고 이사 후 일년. 지금도 여전히 나는 아이도 친구도 없는 오로지 남편만 있는 중년으로 산다.
가끔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경비아저씨와 나누는 한 마디, 엘리베이터 안에서 택배 기사님과 나누는 한 마디가 남편 말고 내가 나누는 유일한 대화인데 ... 아 이러다 진짜 치매 올라!!!
그래서 요즘은 스토쿠를 시작했다. 인적교류가 안되면 일단 두뇌라도 놀리지 말자 싶은 생각에.
이 역시 어디선가 본 글인데, 나이가 들수록 뇌와 근육을 움직여야 좋단다.
근육을 쓰기 위해 운동을 하고, 뇌를 쓰기 위해 학습하며,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삶. 이것만이 치매와 다양한 질환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질 높은 노후를 맞는 방법이다, 뭐 그런 결론일텐데…
그런데 친구, 이웃… 그거 어떻게 해야 사귀는 겁니까? 어려선 뭣 모르고도 잘만 사귀던 친구가 어른이
되고부턴 뭘 해도 잘 안돼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