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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Nov 20. 2022

“오늘 엄마 먹고 싶은 게 있어!” 다시마 숙성 연어

엄마의 미소와 다시마 숙성 연어

"오늘 엄마 먹고 싶은 게 있어!"


 엄마의 한마디면 나는 분주해진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확인하고 사야 할 것의 목록을 만들어 바로 장을 보러 간다. 미리 만들려고 생각해둔 것이 있더라도 엄마가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되도록 먹고 싶다는 것을 바로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병을 앓은 탓에 엄마는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인지 귀찮기보다 오히려 반갑다. 엄마가 먹고 싶다는 것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 가고 요리를 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병으로 약해진 후 집안의 밥은 내가 책임지고 있다.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궁리를 한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어서 요리로 유명한 블로거의 레시피를 참고하거나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고 건강한 식단에 관한 책을 사서 레시피를 따라 해보기도 한다. 가끔은 식당에서 먹었던 것 중에 맛있었던 요리를 따라서 만들어 보기도 한다. 엄마에게 이런저런 요리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는데 그중에서도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다시마 숙성 연어였다.


 다시마 숙성 연어는 연어 곤부지메라고도 하는데, 곤부지메는 일본어로 '다시마로 감싸다(묶다)'라는 의미이다. 말 그대로 연어를 다시마로 감싸서 숙성시켜 먹는 음식이다. 적당히 간이 배어 있어 감칠맛이 나고 생연어보다 덜 느끼하다. 작년에 연남동의 어느 식당에서 먹어본 후 자주 찾는 음식이 되었다. 먹을 때마다 엄마도 좋아할 만한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남동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고 집 근처에는 파는 곳이 없었다. 식당은 너무 멀고 파는 곳이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직접 만들어보자!


 조금 기다릴 수만 있다면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레시피는 블로그를 참고했다.)


다시마로 감싼 연어(왼쪽)와 하루동안 숙성시킨 연어(오른쪽)


준비할 것: 통 연어(800g~1kg), 통 다시마(연어를 감쌀 만큼의 크기), 청주 400ml, 맛술 600ml, 소금, (입자가 가는 것), 밀폐용기(연어 숙성용)   

1. 염장되지 않은 통연어를 준비한다. (1kg 또는 800g)

2. 통연어에 소금을 뿌린 후 랩 또는 비닐봉지에 넣어 30~40분 절여준다.     

*가는소금으로 절여야 간이 잘 베인다.

3. 통연어를 절이는 동안 청주와 맛술에 다시마를 불려준다.     

*연어를 충분히 감쌀 수 있을 만큼의 다시마를 준비

4. 절인 통연어를 꺼내 물에 씻어주고 간이 잘 배었는지 살짝 맛을 본다.     

*간이 덜 었으면 조금 더 절인다.

5. 통연어를 토막 낸 후 불린 다시마에 감싸준다.

6. 용기에 다시마로 감싼 연어를 넣어주고 하루 동안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다시마를 불린 물을 같이 넣어주어도 좋다.

+마늘장아찌나 양파 장아찌 또는 오리엔탈 소스를 곁들인 생양파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


 처음 엄마에게 만들어 주었던 날 엄마의 표정과 반응이 기억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거 뭐야?”라고 물어보던 모습. 첫 시도라 맛이 어떨지 몰라서 한 번에 먹을 정도만 만들었는데 엄마가 혼자 다 먹어버렸다. 그만큼 맛있었나? 내가 못 먹어서 아쉽기보단 흐뭇했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느낌.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가 할 법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엄마는 연어가 먹고 싶어지면 나에게 슬쩍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연어 오늘 만들면 내일 먹을 수 있나?” 다시마 숙성 연어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다시마 숙성 연어에 사용되는 연어와 다시마는 고혈압과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질환 예방에 좋아서 두 가지 식재료 모두 엄마의 건강 회복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다. 그리고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연어를 맛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나도 절로 웃음이 난다. 앞으로도 이런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맛있으면서도 엄마가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돕는 요리. 요즘은 쿠킹클래스와 책을 통해 다양한 요리도 공부하고 있다. 엄마에게 더 좋은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 때면 신기하기도 하다. 어렸을 때만 해도 나에게 요리는 무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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