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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Dec 03. 2022

짜파게티도 못 끓였던 내가 요리를?

나의 첫 요리를 떠올려보면

 내가 처음으로 요리를 해본 날. 그때를 떠올려 보자면 아주 오래전인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때 나는 짜파게티에 아주 빠져 있었다. 지금이야 볶음면도 만들어 먹지만 어렸던 나에게 짜파게티는 대단한 요리처럼 느껴졌다. 일단 맛있었고 라면처럼 간단하게 끓이는데 자장면과 비슷한 맛이 나는 게 신기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어느 날, 나는 짜파게티가 너무 먹고 싶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고 언니도 자리를 비운 날이었다. 아무도 없으니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 내가 만들어보자!’ 결심을 하고 부엌으로 들어가 냄비를 꺼냈다. 완성된 것에 물이 없었으니 물은 넣지 않고 면만 넣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소름이 돋는 생각이지만 그때는 보이는 대로 생각했다. 결과는? 당연히 냄비와 면이 모두 타버렸다. 마침 언니가 집에 오지 않았다면 집에 불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 후 엄마와 언니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부엌 출입이 금지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한 기억이다.


 그날 이후 부엌은 나에게 무서운 곳이 되었다. 부엌이 무섭다기보다는 내가무서웠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도 엄마나 언니가 요리할 때 거들기만 했을 뿐, 혼자서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다시 요리를 하게 된 건 대학교 4학년 때,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면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요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자취를 시작했으니 나 말고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TV나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가며 요리를 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시험 삼아 친구들에게 해 준 요리도 반응이 괜찮았고 이때부터 요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 요리는 나에게 적당한 취미가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를 만들고,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과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씩 가족과 함께 먹고 싶은 요리를 했다. “맛있다”, “다음에 또 해줘”, "팔아도 되겠는데?" 이런 말을 듣는 게 좋았다. 그리고 올해 여름, 나는 적당한 취미를 넘어서 요리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건 2019년 12월쯤이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병이었고, 병원에서 여러 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자연스럽게 병원을 오가며 많은 환자들을 보게 되었다. 병환이 깊고 오랜 치료를 받다 보니 식욕을 잃거나 위장의 기능이 떨어져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먹지 못하니 몸의 영양이 부족해지고 영양이 부족하니 몸의 기능이 떨어져 건강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의 증상을 겪었다.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오랜 치료로 엄마 역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부터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수없이 많은 고민 끝에 결론에 도달했다. 엄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게 요리라고 생각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여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 그 음식을 통해 엄마의 건강한 삶과 일상의 회복을 돕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요리를 함께 먹는 시간들이 엄마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엄마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순간을 떠올렸을 때 웃음을 짓게 만들고 살아갈 힘을 주는 치유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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