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보쌈과 굴 뭇국
엄마의 치료시기와 크리스마스와 겹쳤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인 12월 21일 수요일에 치료를 받게 되었다. 치료가 있는 주에 엄마는 그 주 주말까지 거의 먹지를 못한다. 심할 때는 그다음 주까지도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한다. 그래도 작년과 재작년에는 조촐하게나마 파티를 했었는데 올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케이크를 주문해두었는데 다음 주에나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조금 이른 타이밍에 엄마가 먹고 싶은 게 생긴 모양이었다.
"침 넘어간다. 굴을 참 맛있게도 먹네."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엄마가 말했다. TV에서는 요즘 제철 음식인 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굴은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부터 겨울의 끝자락인 2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TV 속 리포터가 맛있게 굴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전부터 굴을 참 좋아했다.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날것을 멀리해서 거의 먹지 못했는데, 화면 속의 리포터를 보니 굴이 먹고 싶어졌나 보다. 엄마의 의사를 물어보고 아빠와 함께 바로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그냥 굴만 먹으면 심심하니 간단하게라도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 굴 보쌈과 굴 뭇국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굴 뭇국 만들기
1. 자연산 생굴 200g에 굵은소금 1/2t를 넣고 잘 저어준다. (불순물 제거)
2. 2~3회 찬물에 빠르게 헹궈준다.
3. 무 150g을 네모 모양으로 썰어준다.
4. 양파 1/2개를 굵게 채 썰고, 파 1/2개와 청양고추 1/2개는 어슷 썬다.
5. 멸치육수 1L에 다시마(5cm X 7cm)를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6. 다시마를 건져낸 후, 무, 양파, 파,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다.
7. 무가 투명해질 때쯤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너무 오래 끓이면 굴이 작아진다.)
8.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9. 건져낸 다시마를 채 썰어서 함께 먹는다.
굴 보쌈 만들기
1. 무 300g을 채 썬다.
2. 1에 고춧가루 2T, 까나리 액젓 1T, 올리고당 1T, 다진 마늘 1/2T, 소금 1/2t, 통깨 1T를 넣고 버무린다.
3. 자연산 생굴 400g에 굵은소금 1t를 넣고 잘 저어준다. (불순물 제거)
4. 2~3회 찬물에 빠르게 헹궈준다.
5. 알배추 1/4개를 찬물에 잘 씻는다.
6. 접시에 잘 담아서 굴, 무생채, 알배추를 함께 먹는다.
굴 보쌈과 굴 뭇국을 차리고 다른 반찬을 꺼내는데 그새 엄마가 반이나 먹었다. 엄마는 굴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치료 때문에 입맛이 많이 변해서 굴도 싫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잘 먹었다. 굴 보쌈도 잘 먹고 굴 뭇국도 잘 먹었다. 다음에는 굴전을 해볼까? 굴밥도 좋겠다. 먹고 있는 와중에도 어떻게 하면 다양하게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다양한 요리로 즐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질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으니.
요즘 엄마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걷기조차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1시간도 넘게 걷는다. 또 힘들고 피곤하더라도 매일 10분씩은 운동을 한다. 밥도 잘 먹고, 간식과 과일도 잘 먹는다. 이제는 먹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밥을 두 숟갈도 못 먹고 과일과 채소는 즙으로 밖에 먹지 못했던 때에 비하면 아주 좋아졌다. 좋아진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의 작은 노력들이 엄마에게 도움이 되어 기쁘면서도 조금 더 일찍 엄마를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함께 느낀다. 죄책감을 느끼는 만큼 엄마를 더 잘 돌봐야지. 이렇게 조금씩 나아진다면 완치도 먼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