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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Dec 19. 2022

겨울맞이 어묵탕

따끈한 국물 한입에 차오르는 행복

 집 근처에 어묵집에 생겼다. 포장마차처럼 서서 먹는 곳이다. 꼬치 끝이 색깔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색깔마다 맛이 다르다. 그냥 어묵도 있고 청양고추가 들어간 어묵도 있고 치즈가 들어간 어묵도 있다. 출출할 때 잠깐 들러서 배를 채우기 딱 좋은 곳이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묵집은 다리를 하나 건너야 했다. 잠깐의 허기를 달래러 가기에는 먼 곳이라 아쉬웠는데 근처에 어묵집이 생겨서 좋다.


 어묵집을 보니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 집안사람들은 어묵을 좋아해서 자주 먹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저곳에 포장마차가 참 많았는데. 어묵을 팔기도 하고, 호떡이나 붕어빵을 팔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어 자주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 집 근처 백화점에 분식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 어묵이 그렇게 맛있었다. 쇼핑을 하러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갈 때, 우리 가족은 언제나 그 분식집에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늘 그 집 어묵 냄새에 이끌려 한 꼬치는 꼭 먹고 갔다.


 "요 근처에 어묵집 생겼더라? 하나 먹고 왔는데 맛있더라고."


 엄마도 어묵집을 발견한 모양이다. 요즘 엄마는 매일 한 시간씩 하천변을 걷고 있는데, 새로 생긴 어묵집은 엄마가 걸으러 가는 길목에 있다. 역시나 어묵을 좋아하는 엄마는 걷고 오는 길에 출출함을 어묵 하나로 달래고 온 것 같았다. 국탕용 어묵도 판다고 말하며 나를 슬쩍 쳐다본다. 그 말인즉슨 어묵탕이 먹고 싶다는 의미이다. 무언가 먹고 싶을 때 나에게 해달라고 말하는 게 미안한지 흘리듯이 말을 꺼낸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생각해 보니 저번에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다고 말한 것도 기억이 나서 얼른 어묵탕 재료를 사러 나갔다.



 레시피를 참고하기보다 손이 가는 대로 간을 맞춰가며 만들었다.

1. 무 1/4개, 양파 1/2개, 대파 1/2단, 표고버섯 2개, 멸치 다시팩, 어묵 300g, 물 1L를 준비한다.

2. 무,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주고 대파는 어슷 썬다. 표고버섯은 적당한 굵기로 썰어준다.

*표고버섯 밑동도 함께 넣어주면 국물에 감칠맛이 더해진다. (밑동의 딱딱한 부분은 제거)

3. 물 1L에 멸치 다시팩을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4. 육수에 준비한 무, 양파, 대파, 표고버섯을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

5. 어묵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무가 푹 익을 때까지 끓여주면 맛있다.

6. 맛을 보며 소금, 국간장, 다진 마늘 등으로 간을 맞춰준다.


 내가 끓여놓고 이런 생각을 하기에는 조금 멋쩍지만 정말 맛있었다. 이 정도면 엄마도 좋아할 만한 맛이다. 마침 겨울의 시작점이기도 하니 따끈한 국물을 먹기 좋은 날이기도 하다. 함께 먹을 밥을 짓고 엄마를 식탁으로 불렀다. 엄마의 소감이 기대가 됐다.


 "오늘 엄마가 어묵탕 먹고 싶은 줄 어떻게 알고 어묵탕을 끓였지? 너무 맛있는데?"


 어묵탕을 끓이는 줄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말하는 엄마가 귀여웠다. 간도 딱 맞고 국물도 아주 시원하다며 어묵탕을 먹는 내내 칭찬이 쏟아졌다. 좋아하는 엄마를 보며 국물을 한입 떠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적시고 뱃속을 데워주었다. 어묵탕 국물이 따뜻해서였을까 엄마의 웃음이 따뜻해서였을까?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어묵탕을 좀 더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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