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 이사와서, 고등학교 입학 직전까지 살았던 곳을 다녀왔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게 되어 기뻐하시던 엄마의 상기된 얼굴도,입주 전 조경 공사가 한창이던 시점에 할머니와 함께 와 이곳이 이사올 집이라며 이야기하던 아버지의 얼굴도 떠올랐다.34년전의 일이다. (34년 전에 내가 살았다는 사실이 아직 더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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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번은 지나쳤던 아파트 정문 입구를 내 손으로 운전해서 들어갔다. 어린이, 학생으로서만 이곳을 드나들었는데, 어른이 된 후 차를 몰고 들어가는 이 길은 몹시 좁았다.
유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아파트는 긴 세월과 함께 나이들어 있었다. 낡긴했지만 어찌보면 크게 바뀐 것은 없는 모습이었다.
살던 집의 통로로 들어가 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덮개가 없어진 우체통, 너무나도 낡아 있는 계단,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현관문 등 선 채로 시선만 옮겼을 뿐인데, 수십장, 수백장의 사진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렸던 엄마, 아버지의 젊었던 시절과 이 곳에서 뛰어 놀던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
이 그리움을 함께 이야기하기 가장 적합한 대상인 동생에게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핸드폰으로 담는 낡은 아파트의 풍경과 비온 후 맑게 개인 하늘의 모습의 큰 대조를 이루었다.
PS.
언젠가는 이 곳도 사라지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핸드폰을 꺼내어 호갱노노 앱을 켜봤다.
34년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떤 GPS는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냈고, 이 곳의 시세 또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당시 들었던 매수 가격보다 딱 5배 올랐지만, 지방 도시의 구축 아파트는 여전히 쌌다. 게시판을 보니, '경축 주민총회' 플래카드 사진이 있었고, 'XX동 자이 대박' 등 문구들이 감상에 빠진 나를 현실로 이끌어주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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