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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년대 소년 Mar 20. 2024

욕망에 대하여 2

역시 지난 여름이었다.


‘책과 공간’을 주제로 한 최근 이슈 <어반라이크>에서 건축가 조병수님과, 불문학 번역가로도 유명한 김화영 교수님의 인터뷰를 연달아 읽게 되었다. 두 분 모두 이상적인 책 읽기 공간으로 ‘작은 책상이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말씀하셨다.


‘저런 분들도 이런 소박함을 지향하는데 내가 뭐라고’ 


모두가 원하는 좋은 입지의 아파트, 앞서 이야기한 포르쉐도 당연히 내 행복의 필요 조건이 아니다. 만일 그런 것들을 소유했다고 해도, 언젠가 그것이 내 손에서 빠져 나가지 않을까 불안해 하지 않을까.


내가 어떤 순간 가장 행복한지 잘 알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원하는 대로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이다.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 놓은 읽어야할 책들, 구산정의 청국장, 산책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내 행복의 필요조건에 가깝다. 행복을 위한 많은 돈이 필요 없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세상의 기준으로 욕망했었나?’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 한 곳을 불편하게 억누르던 마음이 사라진다. 왜 나는 나에게 어울리지도, 분수에 맞지도 않는 것들을 욕망해 왔을까. 내가 행복을 느끼는 기준과 나의 욕망에는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에도, 감정적으로 수긍하지 못했던 사실을 응시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게 필요한 소박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조건과 나이 들어도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는 육체적 건강, 지적인 능력,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새삼스레 나의 희망과 취향, 욕망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나의 이런 생각을, 나와 비교 했을 때 지극한 현실주의자이자, 미니멀리스트인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걸 이제 알았어?” 라며 되묻는다.


예전 회사 연수로 중국에 갔을 때


“뭐 사갈까? 하는 물음에 대한 아내의 답변이 선명하게 기억 난다.



“응 암것도 사지마. 사오면 쓰레기야”


문장부호 하나 없는 메시지에서 결연함이 느껴졌다.


그 메시지의 진심이 바다건너까지 전해져서 캡쳐해 두었다.


이미지 참조하시기 바라며 욕망에 관한 글은 ‘일단’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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