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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상실의 시대

연애를 하다 보면 사랑하는 연인과 당시 어쩔수 없는 조건에 의해 헤어진 경험이,


후에 되돌아 봤을때 그 "어쩔수 없는 조건"이라는게 별거 아닌 거였다면,


왜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


자책을 하게 될때가 있다.


사회적 기업 관련 강의에서 만난 K는 단단하고 다부지며,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에 관심이 가는 사업아이템이라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붙였다.


그는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육아휴직을 스스로 해보니 여성들의 경력단절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어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12년간 화학관련 직무의 커리어에 종사하다 유관한 작은 회사로 옮겨 회사를 전반적으로 키우다 경영상의 문제로 육아휴직이라는 명분으로 퇴직한후 1년정도가 지난 터였다.


말하는 도중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자존감이 느껴지며, 마지막 작장에서의 자신의 능력으로 좀더 했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회사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지만 현재는 그 회사를 자신이 좀더 케어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는 어쩔수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물러났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좀더 하지 못한 차책감이 현재 코로나로 인해 무리력까지 더해진 듯한 느낌이 있다.


새로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경험해보지 않은 창업에 대한 들뜸이 지속되던 중 사업에 대해 현실성을 잠시 맛보니,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자신의 사업구상에 대한 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효능감과, 도전하고자 하는 미지의 분야와 영역에 대해 잠시나마 자신과 호기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차분해지다 못해 풀이 죽어있어 보인다.


늦으막하게 얻은 아이를 위한 온종일 아빠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나 육아라는 것은 노동으로 다가왔을때, 그다지 달콤하지 않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 코로나로 인한 무기력, 여성에 대한 경력단절에 기여하고자 했던 자신의 모습과 그 여성들이 오버랩되어 보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수입에 대한 자신의 기여에 대한 상실과 그리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따르게 된다.


아내는 그의 진로에 대해 관대하고 지지하지만 액면 그대로 모든것을 받아줄 수만 없는것이 이시대 가장의 어깨의 무게다.


나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퇴직을 한후 내가 겪었던 감정의 변화가 복기되고, 작년 겨울의 바닥을 쳐오르기전까지의 한없이 떨어지는 느낌이 차가운 금릉바람처럼 면도안한 턱주가리를 넘어 가슴을 싸하게 한다.


급기야는 K는 노후에 대한 걱정과 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결산을 하면서 회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음을 고백한다.


감정은 에너지를 지닌다.


그리고 에너지는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건강한 대상을 통해 그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승화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일"이다.


K의 퇴직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그의 감정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마지막 연인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때는 헤어지는 그것이 어쩔수 없는 이유였고, 그때 물러서는 것이 누가봐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나를 후회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연인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좀더 내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어쩔수 없는 이유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헤어진 이유가 뭐 대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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