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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힘빼고 기다려라, 언젠가는 떠오른다.

장기실업이라 함은 어느정도의 실업기간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고용안정기관에서 장기 실업으로 분류하는 실업기간은 6개월이다.


왜 6개월이라는 기간을 설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본적이 없다.


심리적으로 본다면

6개월이라는 기간은 두번의 계절이 지나고 세번째 계절을 맞이 한다.


그동안 퇴직이후 상실감과 소외감을 거친다.


취업이나 창업등의 여러가지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실패를 맛보며, 두번의 계절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다.


아마도 무기력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고용안정 기관에서는 이를 장기실업으로 분류하여 어쩌면 실업의 상태가 지속될 수 있을것이라는 예측이 적용된 기간으로 보는것이 아닐까


퇴직후 6개월 이상의 실업이 지속되면 학습된 무기력 상태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앞으로의 전망은 비관적이며, 자신이 직장에서 가졌던 자신의 효능감은 어느새 바닥을 너머 잊어버린지 오래다.


우울증이 있으며, 그에 따른 불면증도 생기게 된다. 잠자리가 편할리가 없다. 이 상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애초의 상실감으로 돌아가 그 원인을 누군가에게 돌리는 것이다.


원망이다.


나역시 이 원망이라는 추를 달고 위에서 제시한 감정의 흐름선을 타고 종착지인 무기력상태에 한동안 빠져 지낸적이 있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생각과 계획조차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다면 우울증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고, 가족이 있다면 가족으로 인해 다시 힘을 낼 수도 있지만 가족의 무게가 추가 되기도 한다.


비로소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에 깊숙한 심연에 빠져든다.


이제는 스스로의 부력이 아니면 누구도 나를 이 심연에서 올려줄 사람이 없다.


마지막에서야 겨우 나자신의 효능감과 유능감을 다시 떠올려 힘을 내기는 했지만 학습된 무기력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물에 빠져보고 스스로 나온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나오려고 조급하게 발버둥을 치면서 가진 모든 힘을 소진하고, 결국 물의 바닥이 그다지 깊지 않음을 알고, 힘을 빼고 스스로의 부력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


이러한 무기력 상태에서 아무리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나는 그냥 힘을 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했던 것에 대해 의미를 더 이상 찾지말고, 자신의 몸무게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바닥에 발이 닿을때까지 힘을 빼고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지금껏 지나온 것처럼 당신의 미래는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는 불안하고, 다시 예전처럼 될 수 있을까


미래는 두가지가 있다. 단순미래와 의지미래...


지금 이순간 단순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자신만의 의지미래만이 존재하는 순간이다. 바닥을 쳤으면 서서히


눈을 뜨고, 물밖으로 나와라.




비틀즈의 "I Will"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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