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운 Oct 17. 2023

가족의 속성

[영화 #11.] <야쿠자와 가족>

가족이란 이름 앞에 우리는 한없이 약해지고 뜨거워진다.

그것은 나보다 상위에 있어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오래된 사랑이자 집이다.

<야쿠자와 가족>은 제목 그대로 모든 이유에 그림자처럼 가족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납득도 수용도 어렵지 않다. 다만 더 슬플 뿐.


영화는 야쿠자의 정복과 번영에 집중하지 않는다.

사연은 달라도 속성은 동일한 또 하나의 가족을 조명할 뿐.  

그것이 내겐 미화로 치부되지 않았으므로 거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편에 있었다.

왜 야쿠자가 됐냐는 유카의 물음에 '가족이라서'라는 담백한 답처럼 가족은 이미 겐지의 전부이자 완벽한 사유였다.  

하지만 지킬 것이 있다는 건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법.

가족을 지키려 대가를 자처한 겐지가 14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동안 세상은 변했다.

잘 빠진 정장에 어깨 힘 가득 실리던 야쿠자의 번영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폭력단 배제 조례에 따라 쇠락의 길로 접어든 야쿠자들이 사회의 배척으로부터 서로를 지킬 마지막 카드는 단 하나. 함께라는 불행을 등질 수 있게 돕는 것뿐이다.

뿔뿔이 흩어지거나 생계를 부지하기 위해 선택지 없이 조악한 벌이의 세계로 잠입해 가는 과정 역시 철저히 현실적이다.

그러나 가족이란 쉽사리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새 길을 찾아 떠나라는 두목의 진심을 따른 겐지가 두목의 병상을 찾는다.


_ 아직도 날 두목이라 부르는구나

_ 제 아버지는 두목 밖에 없으니까요 



가족을 소중히 여기라는 두목의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는다.

겐지의 눈물이 모두 말하고 있다.


미래 없는 독기뿐이던 겐지가 가족이라는 세계 안에서 웃음과 울음 모두를 내보이는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난 그가 살아있다 안도했다.

가족은 겐지의 전부이자 곧 그 자신이었다.

그러나 바뀐 세상은 이제 어떠한 행복도 용납하지 않는다.

일상의 복원조차 불가능해진 그가 또다시 혼자가 된다.

다시 만난 유키와 딸 아야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또다시 자처한 복수를 대신 마치고 홀로 찾은 바다.

그의 미래는 더 확고하게 희미해졌다.

돌아갈 곳도 시작할 곳도 없는 그에게 남은 건 통제해야 할 그리움뿐.

그럴 수만 있다면, 아이를 품에 안듯 그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가족과 같던 후배의 칼에 죽음을 맞이하는 말로의 순간에도 그를 끌어안으며 미안하다 말하는 겐지.

바닷속으로 잠식하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가 웃는다. 

고단했던 그의 여정을 따라 너무 많은 의미를 읽어버린 나는 자꾸만 먹먹하다.

그리고 바라본다. 적어도 더는 고통스럽지 않기를. 부디 가벼워지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여행, 그 애애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