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처럼 저물어가는
몇 번의 단비를 끝으로 우리는 작별하게 될까.
먼지를 뒤집어쓴 나의 첫사랑은 올해는 더 짧게 머물다 갈 것 같다.
추위가 길어지며 올봄은 대체로 매콤했고, 봄냄새를 맡지 못한 채 4월을 맞았다.
보통은 차례로 꽃을 피우던 '산수유,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철쭉'도 갑작스레 오른 기온에 함께 스타트 라인을 밟았다. 갑작스러운 개화 행렬에 오랜 기다림은 호사로 변했다.
이윽고 봄비마저 촉촉이 내리니 내 마음은 더 간지러워졌다.
비가 내리기 전 아침 하늘은 그간의 뿌연 얼굴 대신 코발트블루 트렌치코트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걷힌 중후한 푸른 빛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좋아하는 봄과 비가 만나니 겹경사와 다름없지만, 머지않아 꽃들은 질 것 같다.
지난 주말 30도를 웃도는 낮 기온은 조바심에 자꾸 선을 넘는 여름을 느꼈다.
앞으로의 봄 역시 여름 못지 않게 성미가 급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나의 첫사랑은 우리의 하루처럼 어느새 저물어 갈 것이다.
그리고 못내 아쉬운 나는 카야 시라오의 하이쿠가 떠오른다.
그대 그리워져서
등불 켤 무렵
벚꽃이 지네
※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