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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Jun 24. 2024

나의 가장 가까운 독자

글숲이 낙이 되길

엄마는 나의 가장 가까운 독자다.

애정 어린 눈으로 부지런히 딸의 글을 읽는다.

글에 대한 감상과 사랑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그런 엄마가 있어 행복하고, 때론 글을 쓰기 두려웠다.

나의 무게를 엄마에게 들킬까 자주 의식하게 되었다.


처음 이 세계의 글이란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듯 멈춤도 막힘도 없는 놀이이자 여가와 같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글을 쓴 이후의 그늘을 살피게 되면서 주제와 감정을 검열하는 습관이 붙게 되었다.

글이 해우소가 되길 바란 적도 없지만 때로 나의 그늘을 남기고 싶은 순간에도 가장 가까운 독자가 마음에 걸렸다.

나의 아픔이 엄마에게 어떤 슬픔이 될지 알기에 나의 마음을 교묘히 숨기거나 글을 마치지 못했다.  


얼마 전 만난 오랜 친구가 말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나를 무겁게 한다고. 생각의 무게를 비우라고. 너를 생각하라고.    

잘 알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진리가 글이라는 일상에도 속한 지금.

그럼에도 오늘의 글이 내일에 대한 큰 용기이자 나의 무게를 덜어내는 고백임을 밝혀 본다.


나를 심은 글숲에서 엄마의 산책이 근심 모를 오랜 낙이 되길.  

그렇듯 나의 오랜 팬이 오래오래 행복하길 소망한다.



※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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