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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Sep 10. 2022

철의 무게

삶의 이유는 사랑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잘 알아 두려울 때 사용한다. 철(哲)의 무게만큼 자기 통제가 따라온다.

내가 몸을 사리게 된 건 겁 없이 굴다 다치면서였는데, 여전히 겁은 몰랐으나 나의 손상에 나의 사람들이 아프단 걸 안 연유가 크다.  

철이 들면서 행동을 조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조신과는 성격이 다르다.

행동에 생각이 따라왔고, 사후의 일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다소 불편하지만 매우 안전했다.


천성이 순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는 내 동생과 달리 하고 싶은 게 많은 나는 위험하단 것도 궁금하면 일단 하고 보는 아이였다.

나는 기분이 궁금해 있는 힘껏 띄운 그네에서 허공을 향해 뛰어내린다거나 멀쩡한 제 자전거를 두고 발도 잘 닿지 않는 어른 자전거로 독학한다든지 하는 류의 행동이었다. 대체로 용감하고, 자주 무모했다.

한창 롤러 블레이드를 타던 시절에는 경사가 80도에 육박하는 내리막을 활주하듯 내려왔는데, 오죽하면 엄마들이 서로 모니터링을 할 정도였다. 우연히 우리를 본 누군가의 엄마가 한 명의 엄마에게 연락을 하면 어느새 우리들 앞에 우리의 엄마들이 등장하는 일이었다. 그럼, 우린 신이 나게 도망갔다.

지금 와 생각하면, 내리막 끝으로 차가 다니고 있었으니 내가 어른이라도 신경을 곧추 세울 만한 일이었다.


나에게서 파생된 사건사고 중 숄더백만 보면 연상되는 사건이 있는데, 일명 '피의 사건' 또는 '그네 가방’으로 불린다. 이 역시 필터를 거치지 않은 순도 백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피의 사건'은 내가 여섯 살 때 일어났다.

우리 둘에 몸이 묶여 있던 엄마는 늘 집안일과 양육을 병행하느라 바쁘셨는데, 장을 봐야 하는 엄마가 나에게 긴 당부를 하고 잠시 집을 비우셨다. 물론 엄마가 집을 비우는 일은 흔치 않았다.

우리 둘을 데리고 마트에 가는 게 더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엄마는 보통 그렇게 해왔다.

그날은 간단한 장보기로 우리가 집에 남게 되었다.

난 아마 엄마의 당부에 야무지게 대답을 잘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심리일까. 놀이터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고, 엄마와의 약속은 있고, 나는 놀 거리를 찾아 방 안을 스캐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의 레이다망에 걸린 것이 숄더백이었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동생에게 말했다.

“누나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엄마의 숄더백을 방문 고리에 건 나는 동생을 마주 앉혀두고 (동생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방 안에 작은 몸을 쏘옥 집어 넣었다.

“자, 누나가 그네 타는 거 잘 봐”

가방 속에서 앞뒤로 몸을 흔들던 나의 흥이 오르며 강도가 거세질 무렵이었다. ‘쿵’.

나를 이기지 못한 끈이 끊어져 버린 거였다. 잠시 후 반짝하는 별과 함께 바닥에 둥근 체리색 액체가 퍼져간다.

때마침 들어오신 엄마가 혼비백산 달려오셨고, 가닥가닥 끊긴 기억 속에 응급실 천장의 불빛이 남아있다. 모두가 엄마가 집을 비우신 지 십 분 남짓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나는 신이 나 동생도 태워주었을 터였다. 나로 끝나 다행인 일이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니 등에 눈이 달리지 않은 우리 엄마의 양육 레벨은 하드코어였을 것이다.

어릴 때야 궁금해서라 쳐도, 다치면 아픈 이상으로 엄마 아빠가 슬퍼하신다는 것을 포함해 한 겹 한 겹 철이 들어가면서 나의 무모한 호기심은 줄어들게

되었다. 다만, 그 사랑과 아픔을 이어 생각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으니 길고 긴 하드코어 기였다.


나의 아픔이 나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내 생명 또한 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진실과 더 커지면 커졌지 가족의 사랑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도.

매우 단순하지만 뿌리 깊은 진실이 나를 지켜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

잘 살아야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워도, 자유가 약해졌대도 돌아보면 모두가 감사한 날들이다.


#오늘의 추천 BGM

Where are we going (출처: Marvin gaye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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