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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시 Sep 20. 2022

고통은 피할수록 커져 버려


‘관찰하는 자기’라는 개념이 있어. 고통의 상황에서 느끼는 자신의 경험을 마치 다른 사람의 고통인 것처럼 바라보는 것을 뜻해. 내가 유체이탈해서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야. 


왜 굳이 그렇게 관찰해야 하냐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 생각, 신체 감각과 같은 것들은 나를 둘러싼 일시적인 ‘상태’일 뿐, 나라는 ‘존재’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스러운 상태’가 곧 ‘나’라고 생각하고, 그 고통 안에 머물러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야. 


그러니 혹시라도 고통 가운데 있다면 흘러가는 대로, 변화하는 대로 가만히 두고 그저 지켜보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고통은 지나갈 테니까.


고통스러운 생각, 감정, 신체 감각이 느껴질 때마다 그것을 빨리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예전에 습관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있지 않니? 무작정 폭식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행동 말이야. 혹시 그런 게 있다면, 그것으로 바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멈춰. 내가 왜 이 행동을 하려고 했는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렸다면, 잠시 동안 아무것도 판단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보는 거야. 그리고 그런 나를 조용히 바라봐. 마치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런 다음에 심호흡을 깊게 한번 해 봐. 현재 느끼는 고통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 생각, 신체 감각 같은 것들을 나쁘다, 해롭다 같은 판단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려고 해 봐. 우울한 기분을 느낄 때 ‘난 우울한 사람이야’라고 판단하지 말고 ‘내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는 거야. 죽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올 때 ‘나는 죽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판단하지 말고 ‘죽음을 충동질하는 검은 안개가 스쳐 지나가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거야.


나의 감정은 내가 아니야. 나의 느낌도, 나의 생각도 내가 아니야. 느낌이란 일시적이고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실체가 없는’ 무언가야. 그저 나를 둘러싼 상태이고, 현상일 뿐이야. 옷이나 날씨와도 비슷해. 그러니까 내 안에 어떤 감정, 생각, 신체 감각이 올라와 불쾌함이 느껴질 때 너무 심각하게 여길 필요 없어. 내 마음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뿐이야. 마치 불편하게 껴입은 옷처럼, 축축한 날에 끈적이게 느껴지는 공중의 습기나 코끝에 불쾌하게 와 닿는 냄새처럼 여겨 보면 어떨까?






※위 글은  심리에세이 도서 <내 마음은 존-버 중입니다>(풀빛출판사, 웰시, 2022)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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