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부랑 관련 없는 부부싸움 한풀이 글)
정말 오랫동안 글을 못(안)썼구나.
매번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또 꾸준히 쓰지는 못하겠지.
최근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라는 걸 다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시험공부다. 나름 인생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시험이라 일하는 틈틈이, 육아 틈틈이 공부를 했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가 삶에서 그나마 ‘쉬운 일’에 속한다는 사실을 종종 실감한다.
...고 말할 뻔했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붙는다.
1. 시험이라는 대전제가 없을 때.
2. 잠을 들 때, 깰 때 나를 찾는 내 새끼가 없을 때.
3. 나의 공부 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배우자 혹은 부모님이 존재할 때.
마음 편히 아이를 봐줄 수 있는 한 명만 있으면 살 것 같았는데, 나는 단 한 명도 없음을 느꼈다. 말 그대로 서러웠다. 특히, 결혼 후에는 부모님보다도 배우자의 따뜻한 응원과 뒷받침을 받고 싶었는데 역시 남편은 살면 살수록 남의 편임을 증명하는 일화가 많아져 서글프다.
시험에 임박할수록 공부의 질은 높아지는데 절대적 시간은 부족한 것 같고, 마음은 급해지고. 원래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스타일이고 그렇게 내 인생의 몇 번의 중요한 시험을 잘 치른 경험이 있는 나지만, 아이가 그것도 매우 예민한 기질의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육퇴후 하는 공부는 그 질이 매우 저하되었다. 수시로 깨고 수시로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환청이 들리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가 시험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종종 이런 푸념을 했다.
"아,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러닝을 요즘 진짜 못해."
"지난달에는 **키로 정도 뛰었는데 이번 달엔 절반도 못 뛰었네."
(나: 내 시험 끝나고 더 많이 뛰면 안 돼?) "그럼 한 겨울에 다 꽁꽁 싸매고 뛰라고? 허..."
나에게는 이런 말이 부담으로 느껴졌다. 내가 공부하느라 자신이 아이를 더 많이 케어해서 취미생활을 할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푸념이자 압박으로 다가왔다. 나도 퇴근하고 아이를 함께 보다가 9시에야 독서실로 향했다. 작년에 남편이 공부할 때 내가 아이를 봐주고 아빠를 찾는 애를 어떻게든 달래고 했던 기억은 어느 누가 다 지우고 갔나 보다. 너무 괘씸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아이를 보는 건 누구보다 힘든 일임을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다가 너무나 폭발적으로 할 일이 겹친 지난 명절 연휴에 나의 울화통은 터졌고 우리 가족의 일생에서 이 시험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내가 합격하면 아이를 케어할 시간적 여유가 훨씬 더 생기는 너무나 요긴한 부분인데 왜 이것이 배려의 1순위가 될 수 없는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어려웠다. 나는 결국 짜증을 냈고 남편은 남편대로 논리를 이어갔다.
자신이 거의 종일 아이를 많이 보고 라이딩을 하는데, 두 시간도 아니고 한 시간 남짓 동네 러닝 취미를 잠깐 하고 오겠다고 하는 건데 그것마저 그러면 안 되는 일이냐고.
나의 주장은 단 2-3달 정도만 취미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내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당연히 도와줘야 할 일이건만, 일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크게 치명적이지 않은 일로 수험생인 나를 여러모로 신경 쓰게 하는 게 맞는 일이냐는 것이다.
그리고는 서로 그럼 서로가 더 나은 위치를 위해 승진시험이든, 새로운 자격시험이든 발전을 위해 현재를 희생해 노력할 때. 상대방을 위해 100퍼센트 잠깐 동안만 희생할 수 없는 거냐 나는 되물었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남편은 네가 말하는 희생이 정말 단 한 시간도 육아에서 숨 돌릴 틈이 없는 희생인 거라면 자신은 그런 희생은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나는 또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먼저 합격한 남편의 오만이자 이해심 부족이라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겪어보지도 못할 진통과 아픔을 겪고 아이를 출산하고, 주양육자가 되어 내 커리어를 쉬며 잠 못 자며 아이를 키운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유난히 그날따라 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스터디카페에 가서 한 시간 정도 내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조용히 울었다. 아, 세상은 정말 찐으로 혼자 사는 인생인 것이구나.
한 사람의 성장과 발전은 기본적으로 그가 태어난 가정의 문화자본과 경제력을 크게 벗어날 수 없음은 모두가 어느 정도 시인하는 현실이자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느낀 건, 타고난 환경을 벗어나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때 뭐든지 좀 더 넓게 보고 신중한 선택을 했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대체 내 시험결과는 언제 나오는 것인가요? 발표일은 여전히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