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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 너란 치료는 도대체 무엇인가

by 해향

#ABA추종주의글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를 모르겠다. 시작이 어디서 언제였는지 떠올리려면 조금 시간을 들여야 할 만큼 거의 10개월을 나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치료실의 거리가 가까우면 ‘달려왔다’는 표현을 아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편도 50킬로를 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발달지연, 즉 느린 아이들의 부모는 각종 치료나 테라피, 영양제에 솔깃해진다.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내 새끼를 정상 근처에 올려두고 싶은 게 인생의 제1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틈만 나면 여러 가지 검색이나 유튜브, 도서 등을 통해 솔루션을 찾곤 한다. 하지만 뭐가 정설인지, 답은 있는건지, 해결은 되는건지는 신도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ABA 치료를 통해 나름 큰 발전을 보이는 내 아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본 이상 ‘기다리면 다~ 한다.’든지 ‘느린 아이가 나중에 더 잘 한다.’라는 책임없는 제3자의 말은 절대 믿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내 아이는 느렸고, 영유아 검진을 할 때마다 속된 말로 간이 졸렸고 눈치가 보였다. 정말 이상하면 어떻하지, 정말 문제가 있는거면 어떻하지...

그리고 부부싸움을 했다. 나는 블럭을 3개만 쌓아도 ‘쌓을 수 있다’에 체크하려 달라들었고(왜냐, 결국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싶었다.) 남편은 ‘5개를 연속적으로 쌓을 수 있다‘ 에 해당하지는 않으니 ’쌓을 수 없다‘가 맞다고 냉철하게 판단했다. 가여운 내 새끼를 계속 못한다고만 체크하는 남편이 야속하고 얄미웠다. 나는 엄마니까.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교수님들, 소아과 선생님들 진료를 전전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가장 유명한 분으로 손꼽히는 소아정신과 선생님의 진료를 보게되었고 ABA를 적극 권하셨다. 그 때 까지도 ‘아바’라고 읽어야 되는 건 줄 알았다.

마음이 급한 우리 부부는 바로 초기 상담을 진행했고 선생님의 추천기관이니 멀어도 최대한 시간과 일정을 맞춰 바로 수업을 진행했다. 사실 병원장님도 원장님이지만, 센터의 원장님께서 처음에 보여주신, 장난감 하나로 내 아이를 거의 한시간 넘게 앉혀 이것저것 발달 테스트를 진행한 장면은 정말 경이로웠다. 그리고는 바로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라고. ABA가 필요한 아이가 맞다고.

물론 고객유지 차원해서 그런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구체적인 긍정적인 표현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감사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엉엉 울었다.

내 아이를 저렇게 오래 앉혀 둘 수 있다니. 단 것 없이, 먹는 것 없이 저렇게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게 만들다니. 매사에 아이 관련 문제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남편 눈에도 마법처럼 보였다. 우리는 고민없이 바로 치료 수업을 어떻게든 받을 수 있도록 대기했고 다행히 타이밍이 좋아 바로 치료를 시작하게되었다.

그러나

처음 몇 주간은 지옥이었다.

#aba치료 #발달지연 #언어발달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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