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4주간의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낸 독박 육아를 끝으로 남편도 다시 같은 시간에 함께 육아에 동참하게 되었다. 잔소리가 많고 육아에 워~~~~~~~~~~~~낙 깊게 관여하시는 분이라 때로는 같이 있는 게 더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해외근무나 주말부부라 늘 육아를 혼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일 것이다.
오랜만에 주말 모임을 잡았고 거의 하루 종일을 남편이 아이를 케어했다. 덕분에 리프레시를 하고 저녁에도 아이가 일찍 잠들어서 이렇게 노트북을 붙잡을 시간과 여력이 되었다. 아이를 하루 종일 봐 준 남편에게 감...사..하다...
그간 아이의 발전은 사실 과거의 아이 상태를 생각했을 때는 정말 획기적인 발전이다.
두 조각 퍼즐을 잘 맞춘다. (이 글을 쓰기 거의 10개월 전부터 맞춘 것 같긴 하다.)
한 번도 알려주지 않은 물건이나 그림도 어찌저찌 맞추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다. 이에 장난감 구매 왕인 나는 세, 네 조각 퍼즐을 검색해서 당장 샀고 슬프게도 아직 그렇게 까지는 맞출 수 없었다. 관심도 없다.
생일 축하를 연속 3-4번 했더니 후우후우 불어서 초를 끄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시댁과 친정 그리고 우리 집에서 세 번을 연달아 생일파티를 조촐하게 했다. 이제는 이것도 연습하니 되는 시기가 왔나 보다. 후우~ 하고 바람을 부는 동작이 되어야 말이 터진다는 걸 어디서 봤는데 진실인가 보다. 어찌 되었든 초를 불고 케이크를 준비할 수 있는 시댁과 친정이 있어서 감사하다.
말을 제법 따라 한다.
물론 특이한 억양이 있다. 내가 하도 질문형으로 물었더니 훈련에 의해 똑같이 질문형으로 따라 한다. 처음에는 두 단어만 따라 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네 마디 정도까지도 어려운 질문도 따라 한다.
물론 나의 욕심으로는 그 말에 대한 대답을 하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으나 아직 그 정도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발음도 정말 매일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게 모두에게 느껴지고 그래도 익숙한 질문에는 대답을 곧잘 한다.
노래를 부르다가 멈추면 자신이 나머지를 부른다.
이게 가장 신기하긴 한데 최근에 자주 불러주는 노래 말고도 다른 노래로도 테스트를 해 봤는데 웬걸.. 웬만한 노래는 가사를 다 기억하고 한 마디 정도는 부르는 것이었다. 장하다 내 새끼!
영어를 너무 좋아한다................
이거는 뭐 좋은 사인인지 안 좋은 사인인지는 사실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이지만 숫자와 문자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건 사실 자폐아들의 대다수 특징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숫자에 굉장히 꽂혔었는데 이게 1-10까지는 시시하니까 11부터 말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1-20까지의 영어를 다 안다. 길을 가다 보이면 꼭 영어로 수를 말한다. 색깔도 영어로 다 알고 동물도 아는 것 같다.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말해주는 교재나 장난감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영어를 말했을 때 내가 더 적극적인 반응을 한 건 아닌지... 나도 모르게 영어를 더 많이 즐겁게 알려준 건 아닌지... 내 탓을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아닌 것 같다.
하루는 비가 오는 날 어린이집을 가는데 "레인보우~"라고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직은 결정을 못 했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걱정도 한구석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발전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
다음엔 ABA 수업에 대해 자세히 써 볼까 싶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다 되지 않는 걸 알게 해준, 세상에 가장 큰 보물로 다가와 준,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그리고 웃을 때는 너무 귀여운 생명체인, 떼를 쓸 때는 나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늘 시험에 들게 하는, 어른도 힘들 것 같은 거리의 센터 수업을 잘 적응해서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내 새끼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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