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등원시키고 하원 시키는 그 짧은 시간에 다양한 부모들을 보게 된다. 내 새끼 챙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어쩌다 보니 다른 집 부모님들까지 눈여겨보게 되는 건 내 눈동자를 탓하랴 아님 오지랖 넘치는 주변 읽기 습관을 탓하랴.
대부분의 부모들은 하원 길에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선생님과 하루 일과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전달받고 헤어진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 손을 잡거나 유모차를 태우거나 씽씽이를 태우고 어린이집의 일과나 다음 일과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원을 나서는 것 같다. 그중 가장 많이 들은 대화는 '놀이터 갈 거야?' 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때만 해도 아이와의 대화는 꿈도 못 꿀 정도로 아이의 발달과 언어가 느렸기에 물음에 대답을 하는 아이들이 그저 부럽고 대견하기만 했다지..
하지만 한 번은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꽤나 충격적이었던 아빠 한 명이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빠는 아이가 나오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계속 핸드폰을 봤는데 이건 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가 행동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패스.. 그리고 예상보다 제법 큰 여자아이가 예쁜 치마를 입고 현관으로 선생님 손에 이끌려 나왔다. 신발을 신기며 선생님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빠는 멀찍이 서서 아무런 적극적인 청자 반응이 없어 보였다. 머쓱해진 선생님은 혼자서 그런 싸한 분위기를 이겨내보고자 더욱 열심히 아이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시며 생각보다 큰 신발을 아이의 두 발에 직접 신겨주셨다. 그때까지도 아빠는 미동이 없다.
(아, 물론 그 이후에도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신발까지 신겨주시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서서 바라보시는 몇몇 조부모님은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약간의 떼를 부리다가 벌러덩 누워서 치마가 올라가기도 했는데 그래도 아빠는 미동도 없었다. 혹시 오늘만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나 다른 분이 하원을 맡으신 건가? 차라리 그런 편이면 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는데 분명히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충격은 여기부터다. 선생님이 다시 들어가시고 그 아빠와 아이가 어린이집의 현관을 나서는 순간 아빠는 아이의 손을 잡지 않고 무표정으로 먼저 걸어갔다. 핸드폰을 보면서. 그리고 아이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 뒤를 따라갔다. '빨리 와'. '어서 와'.라는 채근하는 한 마디라도 들렸으면 했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관심과 애정이 많이 필요한 시기일 텐데. 아니면 혹시 그날만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인가.
어휴. 내 새끼나 더 잘 돌봐야지. 이놈의 오지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