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고난이 연속된 지난 주말
감사일기를 써도 모자랄 망정 우울일기라니.
어제까지 너무 행복하고 편안했는데. 왜냐 시부모님이 이틀이나 주무시고 다시 돌아가셨기 때문이지.
겨울이 되니 허리가 다시 쑤셔오고 쑥 빠질 것 같은 고질병에 무지하게 아팠지만 내색 않고 정해진 일정대로 시부모님이 오셨다. 아픈 내색을 했다가는 “거봐라… 내가 안 도와주고 너네끼리 애기 키우고 맞벌이하니 결국 몸에 탈이 나잖니? 내가 같이 있으면서 애도 봐주고 살림도 해줘야 너희도 직장생활을 더 잘하고 애도 더 살찌지…!!” 하는 무한 주장 루프에 빠질게 뻔하기 때문.
(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 하는 사람은 내 사정을 1도 모르기 때문. 안정적인 직장에 출근하고 남편과 똑같이 돈 벌어오는 며느리한테 일하러 간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우주를 통틀어서 제발 우리 시모 한 명이길 간절하게 바란다.)
웬걸 둘째날은 근교에 사는 시이모님까지 오셨다. 보다 젊고 세련된 분이시고 딸만 둘 있는 딸맘이시기에 늘 시모보다는 편하고 대하기가 좋았다. 그러나 시짜는 시자일 뿐. 그것은 상등신 중의 상등신인 나의 착각이었지.
식사를 다 하시고는 급하게 선물도 없이 오신 게 너무 미안하시다며 우리 집 주방을 마구마구 정리+청소학시기 시작하시네…
우리 시어머니도 안 하시는데 이제는…와 근데 속도나 주장이 누가 말릴 수 있는 급이 아니다. 손윗사람인 시모시부도 아무도 말릴 수 없다. 나는 그저 네 괜찮아요 호호호 하고 웃을 뿐.
두 번은 모시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음날 남편이 고기집게가 어디 있냐고 묻길래 너희 이모한테 물어보라고 소리를 질렀다. 물론 속으로. 그리고 나는 그나마 어제 좀 회복된 허리를 부여잡고 아이 센터 라이딩을 갔다. 이틀 동안 시부모님 계셨을 때에는 온몸이 긴장했던 탓인지, 한의원을 못 간 탓인지 나을 기미가 없었는데 가신 이후에 급속도로 다행히 호전이 되었다. 아무튼..
매번 수업에 늦는 게 너무 죄송하여 이번만은 늦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고 오전에 먹이는 아이 영양제도 거르고 뒤뚱뒤뚱 아이를 챙겨서 갔다.
1. 고난 1) 내 차를 막고 있는 이중주차 차량을 발견했고 그 차는 매우 큰 SUB차량이다. 또 한 번 허리를 부여잡고 밀었으나 밀린 만큼 되돌아온다. 이건 내 선에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 남편을 불렀다. 또 지각할 것 같아서 속이 탄다. 남편이 빨리 밀어줘서 출발했는데 주차장 한 블록을 지나자마자 또 맞이한 난관
2. 고난 2)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그곳에 주차된 또 다른 이주중차차량. 그것은 외제차. 그리고 반대편에 주차된 차도 외제차. 남편 차도 외제차지만 그런 외제차(?)가 아닌 관계로 함부로 꺾을 수가 없네? 각이 안 나온다. 무섭다. 긁을까 봐. 몇 번을 왔다 갔다 각도를 바꾸며 전진후진꺾기를 했다. 또 남편을 부를까 생각도 했지만 핸드폰으로 손이 안 갔다. 5분 이상 지체한 뒤에 에라이 하고 어떤 각도로 진행했더니 다행히 (내 느낌상) 깻잎 한 장 차이로 다행히 지나갔다. 내 차도 남편 차도 아직 이런 좁은 통로 꺾이는 불안하고 감이 부족하다.
3. 고난3) 죽어라 달렸는데 순간 어? 평소 안내하던 길이 아닌데? 웬걸 내비게이션은 나를 새로운 경로로 안내했고 역시나 굉장히 헷갈리는 진출로에서 나는 결국 잘못 빠져버렸다. 결국 10분 이상 지체...
4. 고난4) 아이 센터가 있는 사거리로 부랴부랴 왔는데 골목길에 제네시스 두 대가 시옷(ㅅ)자로 길을 막고있다. 일단 꺾었더니 전화를 붙잡고 서계시던 아저씨가 손으로 엑스자를 격하게 그리신다. 고장이 났나 보다. 하아.. 다시 후진해서 돌아서서 갔다.
세상 죄송한 표정을 하고 아이를 수업에 들여보냈다. 우울감이 밀려온다. 애기가 셋도 아니고 하나인데 왜 매번 수업을 지키지 못하는가. 주말에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 수업만 있으셔서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10분당 2만원인셈인 수업에 주구장창 몇만 원을 날렸을 삘이다.
5. 고난5) 앗. 그런데 기저귀를 안 챙겨 왔다. 어제부터 아이가 자기 전에 똥방귀를 무지하게 꼈는데...(내 얼굴에) 수업하다 지난번처럼 응아라도 하면..? 사람이 한 번 불안하니 또 불안함이 몰려온다.
마트를 전전하고 편의점도 가봤는데 내가 이 동네 주민이 아니어서 그런가 기저귀를 살 수가 없다. 부자동네는 기저귀를 마트에서 사지 않는 건가?!
결국 생각해 낸 게 배민 B마트를 검색하니 다행히 물건이 있었고 30분 안에 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배달을 기다렸다. 봉지에 기저귀를 꽉 묶어 들고 들어오시는 라이더님한테 얼마나 고맙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응가를 하지는 않았다.
귀가 길에 차에서 잠을 좀 잔 아이는 낮잠에 들지 않았고 부랴부랴 있는 체력 없는 체력 긁어서 외출을 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모두가 즐거웠는데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한 내 잘못인가. 소고기집에 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고 우리 부부는 체력이 너무 소진된 상태였다.
너무 시끄럽고 오랜만에 아이 밥 먹이랴 내 밥 밀어 넣으랴 정신이 없는 나는 많이 먹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맛이 없었다. 중간에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하자..
5. 고난6) 남편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니가 오자며”라는 차가운 다섯글자를 뱉었다.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함. 아이랑 외출하면 늘 초긴장 상태와 예민모드가 되는 남편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나도 하루종일 이것저것 쌓인 게 있는지라 정말 한 입도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나오는 길에 허공을 바라보니 남편이 허탈해하며 “근데 너도 참 진짜 예민하다.”라고 또 한마디를 덧붙인다. 누가 이 예민함을 초래했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려다가 싸울 힘도 없어서 그냥 침묵했다.
우울하기 그지없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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