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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기, 보통 엄마

너도 나도 유니콘이 아닐진대

by 아마추어리

*신생아 아기를 키우며 짤막한 에세이를 연재하려 합니다. 짬짬이 글이니 길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단한 모성애의 사례가 참 많다. 거창한 인물이 아니라 주변만 봐도 놀랍다. 아기에게 모유를 주기 위해 엄청난 식단 제한을 하고, 모자동실 한 번 못 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들을 보면 내가 이상한 편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역으로 너무 나쁜 엄마 뉴스를 볼 때도 있다. 아이를 학대하고 방치하는 것은 모성애를 떠나 인간적으로 놀랍다. 같은 임신, 출산의 과정을 겪고 똑같이 엄마가 되었는데 누구는 신이 되고 누구는 악마가 된다. 나는 이게 성선설과 성악설처럼 타고나는 본능인 줄 알았다.


‘사교육에 열성인 극성맘이 될 듯?’,

‘그래도 직장생활은 계속해야 되는 사람인 듯?’


출산 전,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들도 육아하는 나의 모습을 궁금해했다. 낳고 키워봐야 알 일이니 스스로도 내가 어떤 엄마가 될지 늘 궁금했다. 정말 모성애가 커져서 뭐든지 해내는 슈퍼맘이 될까? 아님 성질머리가 더 나빠져서 아이한테 못된 짓을 하는 엄마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그렇게 나는 신생아를 탐색하는 동시에 자신도 끊임없이 검열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아기가 집에 온 지 열흘도 안된 어느 새벽,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를 보며 처음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 ‘미치겠네, 짜증 난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진짜 너무 힘들고 네가 밉다...’ 놀라운 건 단순한 이 감정보다 그다음 스텝이 날 더 힘들게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나쁜 생각을 하다니. 나는 나쁜 엄마야.‘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소연했다. 아기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처음으로 품은 것이 너무 낯설었다고. 언니는 차분히 내 마음을 알아주었다. 아기한테 소리치고 던지기도 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그 말을 들으니 한결 편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엄마라는 이름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두고 내 맘대로 재단하고 있었다. 너도 나도 유니콘이 아닐진대, 어찌 네가 울지 않고 내가 속상하지 않을 수 있으랴.

평범하게 말 안 듣고, 보통의 모성애와 보통의 성질머리로 하는 육아는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기의 산소호흡기와 위관을 바라보며 보통만 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미 가슴으로 배우지 않았던가.


오늘 하루도 부지런히 먹고 자고 싸는 아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토록 평범하고 중대한 일을 매일매일 잘 해온 보통의 나를 크게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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