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의 울음마저 사랑해야 하는 거구나
장난처럼 아기를 낳은 건 아니지만, 신생아를 처음 받아봤을 땐 새로운 놀 거리를 얻은 기분이었다. 새로움과 신기함에서 오는 재미, 엄마가 너를 낳기 전에 항상 갈아치우며 찾아 헤맸던 그것. 밤을 새워 울음을 달래는 일도 때에 맞춰 밥을 주는 일도 초반에는 일종의 놀이가 되어 힘듦을 잊을 수 있었다.
놀이라는건 언제나 끝이 있다. 산후도우미 선생님 계약이 끝날 때쯤 언제까지나 재미 하나만으로 육아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니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오신 이후로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녀에게 맡기고 아기의 예쁜 점만을 사랑하려고 했다.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 똥을 닦아야 할 때, 아기 빨래, 젖병 닦기 등은 도우미선생님의 몫이었다(물론 낮에 한해서지만 최대한 몰았고 그런 이벤트가 낮에 벌어지길 기도했다). 아기가 나와 있을 때 잘 자지 않으면 그것대로 불평이었다. 새벽에 성장통으로 끙끙 앓는 소리가 나면 이어폰을 꽂고 자기도 했다.
도우미 선생님이 그만두기 3일 전, 급하게 기간 연장을 의뢰했다. 아직은 내가 이 미숙한 아기를, 나의 역할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껴서였다. 가까스로 아기를 안는 법, 분유 타서 먹이고 트림하는 법처럼 최소한의 살아남는 방법만 터득했을 뿐이지, 아기를 어떻게 사랑하고 내 멘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육아가 두려워 어디 뒤에 숨고만 싶었다. 그러나 아기가 울 때도 웃으며 쪽쪽이를 주우러 가는 도우미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 이 아이의 울음마저 사랑해야 하는 거구나.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들이고 겁내지 않는 것이 엄마이구나.
저야말로 새로운 세상에 와서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기를 보며 생각한다. 너도 이렇게 열심인데, 나도 육아의 세계를 겁내지 말고 부딪혀 봐야지.
건강한 육아 학습을 위해 다음 연장기간에는 아래와 같은 육아멘탈키우기 목표를 아래처럼 설정하고 지켜갈 것이다.
1. 도우미님 육아에 딸려가지 말고 함께 할 것
2. 이번 도움이 끝난 후 스스로 아기를 잘 볼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들고 적응해 둘 것.
3. 내가 주인이 되는 육아를 함에 있어 겁내지 말 것
4. 아기가 미울 때도 예뻐할 마음을 가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