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추어리 Jul 31. 2022

[인생은 우상향]주식을 사듯이 한 주씩 살았다

일개미가 '개미근성'으로 한 주를 사는 마음

인생은 우상향


주식을 사 모으는 것처럼

일주일씩 재면서 살아요


뭐라도 잘한 주는 빨간색

기분이 하락하면 파란색


어느 때는 아주 기쁜 날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존나 버텨요


팔 수는 없고요

집 사려면 기도해야죠


토요일에서 월요일로 가는

방향도 모르면서


속으로만 외치는

인생은 우상향

인생은 우상향




 2021년 몇 권의 책을 독파하고 우스운 시드머니로 첫 주식을 샀을 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출근해서는 10시만 기다렸고, 한 시간 단위로 영웅문 어플을 켜보며 안절부절이었다. 많이도 아니고 딱 1주씩이었다. 내가 아무리 조마조마해도 30퍼센트가 오르든 20퍼센트가 떨어지든 겨우 1주는 그리 큰 수익도 손실도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투자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 때마다 증권사 어플로 주식을 1주씩 늘려갔다. 겨우 1주라도 하나씩 쌓이니 물타기라는 것도 되고, 어느 회사에서는 주주 대우를 해줬다. 물론, 지금은 잠시 어플과는 이별 상태이지만 나도 맵고 쓴 주식 시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주린이다.


 인생에 단위가 있을까. 역시 주말만 기다리며 사는 직장인에게 가장 유의미한 삶의 단위는 1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새는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홀가분하게 컴퓨터를 끄고 퇴근한 금요일의 기분은 온데간데없다. 다시 잠을 청하지도 않고 괜한 이불만 들척거리며 침대에서 시간을 끈다. 그대로 눈을 감고 허망한 기분의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간절히 기다린 게 무색할 만큼 주말의 일상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서 같다. 이불을 박차고 나가면 이번 주말도 어떻게 보내게 될지 눈에 훤하다. 온갖 배달음식과 게임과 넷플릭스. 나갈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창문까지 걸어 잠그는 불쾌한 결정의 시간까지. 그렇게 시간을 죽이다 보면 기어코 돌아오는 일요일 23시.. OMG.. 정말 비극이지 않은가? 한 주의 희망을 그 끝의 이틀에 걸어놓고선 겨우 한다는 게 이런 거라니. 인생의 방향도 고민해보고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텐데. 이런 주말이야말로 주식으로 따지면 '떡락'같은 인생을 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오늘 아침에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책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한 땀씩 삶을 쌓아 올리는 개미의 모습을 상상했다. 거대 주주가 먹다 흘린 음식 부스러기를 부지런히 도 옮기는 개미를. 겨우 몇 미터 남짓의 거리를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출퇴근하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난 개미였어. 과연 내 움직임이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는 할까 싶지만, 말 그대로 '개미'지 않은가. 누구에게 모범이 될 만큼 성실한 일개미만큼은 아니어도 태어나기를 배짱 좋은 베짱이가 아니라 근심걱정으로 먹고 사는 개미로 태어나버렸단 말이다.


이번 주는 미뤄뒀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스트'를 봤다. 그리고 50리터 쓰레기봉투에 각종 선물 받은 물건들과 물총, 잡지 같은 것들을 모조리 채워서 밖에 내놨다. 그리고 당근 마켓에도 물건을 서너 개 올렸다. 손절이 무서워 청산하지 못하는 파란색 주식들 대신의 온 집을 비워보기로 한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것처럼 '쓸데없는 것들을 비워내면 진짜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비로소 가야 할 방향이 보였'으면 해서. 뭐라도 하려는 오늘의 발버둥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딱 50리터만큼 물건을 옮기고 쌓아둔 만큼은 속이 시원해졌달까. 이 작은 집에 쓸모없는 물건이 어찌나 많던지, 지금 생각해보니 삶의 부스러기들을 참 부지런하게도 모아뒀네 싶다. 뭘 그리 열심히 살고 싶었던 걸까.


이제 슬슬 일요일 저녁 시간이 다가온다. 한 주를 사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주식 1주를 사는 마음. 거기에는 나도 고차원적 경제집단에 소속되고 싶다는 심리와, 혹시 모를 대박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현생 일주일을 사는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 5일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책임을 다 하고 꿀맛 같은 주말이라는 보상을 노린다. 지금 떠올려보니 한없이 개미같은 발상이다. 한 주 한 주를 완벽하고 야무지게, 세상 둘도 없는 우량주처럼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이 '개미 근성'에서 나온 거다. 물론 주식도 쉽지 않지만 그게 삶에 비할 게 있어서랴. 어떤 하루를 보냈든 그걸 상승 하락 따져가며 점수를 매길 수나 있었던가.


남은 시간들도 개미처럼 종종거리며 소중한  주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리하다 시간을  보낼  같다. 몸만 개미처럼 종종거리며 집을 치우면  하나, 내가 버려야 할 것은 무작정 더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왜곡된 야망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내면을 먼저 '미니멀'하게 만들어야 할 터인데


누가 머리 한 대를 콩 하고 쥐어박으며 이런 말이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야, 인석아. 1주 쉬어간다고 대세에 지장 없어!"

"매주 그렇게 조금씩만 해도 돼. 네 인생은 멀리 보면 우상향이야!"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 드라마 속 빌런이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