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
귀인에게 이 책을 소개받고 혹했던 건 아름다운 이미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한국어판을 출간해야겠다 마음 먹은 건, 전적으로 이 책의 화자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고 북트레일러는 1인칭으로 원고를 썼지만, 사실 이 책은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인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분은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지금 사는 곳을 좋아하고,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엄마는 자꾸 "젊어서야 좋지"라고 말씀하세요. 자식이 홀로 외롭게 늙어갈까봐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막을 재간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엄마에게는 비밀이지만, 지금 내 삶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중에도 좋아할 수 있을까,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려움 때문에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계를 내 삶에 들이고 싶지는 않아요. 내 호흡, 내 속도대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을 만났다면, 손에 꽉 쥐고 놓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저는 주변의 숨겨진 아름다움들을 자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을 누가 소중하게 간직해줄까 떠올려 봤습니다.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을 통해 다질 수 있었다면, 믿어주시겠어요? 이것이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을 <우리의 모든 날들>로 지은 이유입니다. (채색이 절반밖에 되지 않은 상태로 검토했던 원작의 가제는 "Paysage", 최종 제목은 "Jour après jour"입니다)
마음을 다해 이 책을 만드는 동안, 많이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이 봄이 가기 전, 제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욕심이라고 해도, 이 정도 욕심을 부리고 산다면 꽤 괜찮은 삶 아닐까요.
지금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는 나는, 내 삶을 소중히 여기는 나는 홀로 늙어갈지라도 온전히 혼자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잘 지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잘 지낼 겁니다.
#그림책소개 #편집자위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