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편집자일기
상업출판사에서 책을 만들 때는 보통 한번에 2천부를 찍는다. 그러니까 2쇄를 찍는다는 건 1쇄(=첫번째 인쇄) 때 찍은 2천부가 (거의) 다 판매되었다는 의미다.
모든 책이 다 잘 팔리면 좋겠지만 책마다 기대치가 다른 법인데, 유독 마음을 쏟은 책의 초기 판매가 기대만큼 나와주지 않으면 그만큼 신경을 쓰게 된다 : 내 판단의 문제일까, 시기의 문제일까, 책의 문제일까, 홍보의 문제일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길어봐야 출간 후 2-3주. 그 이후에는 다른 책을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이상 이 책의 판매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그렇다고 마음에서 영영 떠나는 건 아니지만)
신기한 것은, 매일매일 판매에 마음을 졸일 때는 그렇게 안 나가는 것 같던 책이 내가 잊고 지내는 사이, 누군가에게 솔솔 전해진다는 사실. 그럴 때는 나무로 만든 이 네모반듯한 물질이 홑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건 아마 책을 집어든 누군가의 가슴에 단단하게 자리잡기를 바라는 내 마음 때문일 거다.
오늘, 지난봄 내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던 책의 재쇄 제작에 들어갔다. 그림책은 보통 제작에 보름 정도가 걸리는 편이라 시월 중순께 2쇄가 들어올 것이다. 조금 제목 글씨가 잘 보일 수 있게 표지의 후가공을 없앴는데 그 결과가 어떨지 몹시 궁금하고, 또 어떤 이천 분의 독자를 만나게 될지도 궁금하다.
2쇄를 지나 3쇄, 4쇄, 5쇄... 꾸준히 읽히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 재쇄는 책 만드는 사람의 맘졸임이자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