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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yeon Sep 03. 2024

스물다섯에 드라마 작가가 되었습니다

구성작가의 숏폼 드라마 작가 데뷔기 - (1)


안녕하세요 부산에서의 나연이에요.

그동안 너무 뜸 했었죠? 글 쓰기는 뇌운동의 일종이라고 브런치에서  알람이 자꾸 뜨는데

마감에 치이고 치여 올 겨를이 없었습니다.

최근에 저는 광고기획이 아닌, 다른 분야의 재밌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바로 숏폼드라마 대본 작업입니다.




기존 드라마보다 짧으면서 빠른 스토리 전개로 사람들의 몰입도를 높인 '숏폼 드라마'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이미 큰 성공을 이끌었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추세라 아직 생소할 것 같은데요.  숏폼드라마의 정확한 개념은 한 회2분 내외의 스토리로, 

스마트폰의 세로형 화면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제작된 맞춤형 드라마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 드라마가 1회당 60분 정도면, 이 긴 스토리를 약 2분 안에 축약한다는 소리이지요. 


대본 쓰면서 느꼈던 점은 웹툰 시나리오와 비슷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특정 회차부터 과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끝나기 직전에 후킹을 제대로 줘야 했기 때문이지요.

제작사 측에서는 다소 자극적이거나 반전의 느낌을 주길 원했고,  

이 점에서 서사와 개연성이 중요한 일반 드라마를 생각하고 기획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극적이게 작성하면 안 되겠죠?ㅎㅎ)


처음에는 제작사 측에서 기존 웹소설을 각색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시작할 것이냐 선택지를 주었습니다. 

사실 드라마 창작 경험이 0에 수렴한 저에게는 창작이라는 도전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기존 웹소설을 각색하는 방향으로 말씀드렸었는데요.  

피디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시작하면 작가님 커리어에도 정말 좋을 거라며, 

한 번 도전해 보라고. 


생각해 보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은 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정말 제 창작 아이템이 별로라면 그냥 까이면 되는 거고. 

채택되면 펼칠 수 있는 역량이 넓어지는 거니까 좋은 거고!

잃을 게 없었던 저는 냅다 오케이를 외치며 오리지널 아이템을 들고 오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렇게 기획안과 다섯 편의 샘플 대본을 제작사 측에 보냈고,

두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최종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시나리오 경험이 전혀 없는 제가 대형 제작사와 협업할 수 있었을까요?

제 작품이 발탁되기 위해 집중했던 작업은 바로 아래 두 가지였습니다.


1. 비슷한 레퍼런스 찾기, 상위권 작품보고 공부하기

2. 매력적인 시놉시스 만들기 


사전 미팅 때 그룹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숏폼드라마는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타겟층이 명확한 기업인 만큼, 그 타겟층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유명한 제작사였기 때문에 그간 연재했던 작품들을 쭉 읽어보고, 

비슷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비글루의 상위권 작품들을 싹 다 챙겨보았습니다.


정말 열 작품은 넘게 챙겨봤던 것 같아요.

나중에 피디님께 들어보니, 사전에 타 플랫폼 작품을 봐가면서까지 공부해 온 작가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는 다 찾아보았고,

어떤 구성으로 틀을 잡아야 하는지 빠삭하게 공부했기 때문에 빠르게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이야기 전개에 대한 공부를 마쳤다면, 스토리 기획을 해야 하죠.

가장 먼저 기획안을 작성합니다. 흔히들 시놉시스라고 하죠.

어떤 이야기를 써 내릴 건지 대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하는 작업인데요. 

전 여기에 기획의도, 주 타겟층, 주인공 캐릭터 성격까지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시놉시스는 일종의 광고라고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내 드라마의 가장 흥미롭고 자극적인 부분만 뽑아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의 액기스를 A4 한 바닥으로 축약시킨다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기획안을 읽고 나머지 내용들이 궁금해진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거겠죠?

   


어찌 되었든! 이렇게 기획안을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까지 쭉쭉 진행하였고

현재는 크랭크인 단계에 놓여 드라마 촬영 중입니다.


첫 대본 작업을 마친 소감은

비전공자여도, 창의력과 글 솜씨만 있다면 누구나 드라마 작가가 될 수 있겠다였습니다.


아직 출시가 안되어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첫 작품이 대형 제작사에서 론칭하는 플랫폼으로, 

그리고 굉장히 유명한 감독님과 경력 있는 피디님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조만간 제가 기획한 드라마로 플랫폼 프로모션이 들어가는데요. 

광고가 걸리고, 기사가 하나 둘 뜨게 된다면 홍보 차원에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 작가? 야 너두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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