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만월 Jun 10. 2024

발바닥 까만 점, 기적이라 부르겠습니다.

기적으로 뿌리내린 까만 점

기억이란 것이 자리한 어린 시절부터 존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동생을 보살피고

집안일을 도왔고

학업에 열중했고

유쾌하게 살려 했고


깊은 우울증을 겪던 대학원 시기의 20대

자해, 자살생각, 잠수, 폭식, 대인기피, 조증-우증 등

깊은 우울증을 겪으며

나를 치료하기 위해

연극, 사이코드라마, 글쓰기, 약물치료, 상담 등을 통해

나를 마주했고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20대 중반

영문학도로서 대학원생 시절

출판인으로서 직장인 시절

15년 간 끈을 놓지 않고

상담받고 상담 공부했고


상담을 받으러 간 처음 장소가

상담 분야의 공공기관이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젊고 어린 직원들 보며

나도 이들처럼 일할 수는 없겠지 하며

그냥 내 좋아하는 공부나 하자 하고 했는데

현재 그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나의 발자취가 믿기지 않을 만큼

'기적'이 아니었던 순간이 없었기에.


어린 시절 집안 도처에 깨진 유리조각 파편을 밟고 섰다가

발바닥 한가운데 피가 난 적이 있는데

언젠가 보니 점이 그곳에 박혀 있더라.


오래전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발바닥 정중앙에 점이 있으면

운수대통 한다며 한 어르신이 얘기하더라.

씁쓸함도 곁들여 웃음도 나더라.


지금-여기

내 순간의 지점

까만 점으로 자리한

발바닥 정중앙에 뿌리를 두고 나 있는

기적이란 이름으로

지금의 나를 부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의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