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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까만 점, 기적이라 부르겠습니다.

기적으로 뿌리내린 까만 점

by 세만월

기억이란 것이 자리한 어린 시절부터 존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동생을 보살피고

집안일을 도왔고

학업에 열중했고

유쾌하게 살려 했고


깊은 우울증을 겪던 대학원 시기의 20대

자해, 자살생각, 잠수, 폭식, 대인기피, 조증-우증

깊은 우울증을 겪으며

나를 치료하기 위해

연극, 사이코드라마, 글쓰기, 약물치료, 상담 등을 통해

나를 마주했고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20대 중반

영문학도로서 대학원생 시절

출판인으로서 직장인 시절

15년 간 끈을 놓지 않고

상담받고 공부했고


상담을 받으러 간 처음 장소가

상담 분야의 공공기관이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젊고 어린 직원들 보며

나도 이들처럼 일할 수는 없겠지 하며

그냥 내 좋아하는 공부나 하자 하고 했는데

현재 그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나의 발자취가 믿기지 않을 만큼

'기적'이 아니었던 순간이 없었기에.


어린 시절 집안 도처에 깨진 유리조각 파편을 밟고 섰다가

발바닥 한가운데 피가 난 적이 있는데

언젠가 보니 점이 그곳에 박혀 있더라.


오래전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발바닥 정중앙에 점이 있으면

운수대통 한다며 한 어르신이 얘기하더라.

씁쓸함도 곁들여 웃음도 나더라.


지금-여기

내 순간의 지점

까만 점으로 자리한

발바닥 정중앙에 뿌리를 두고 나 있는

기적이란 이름으로

지금의 나를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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