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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n 11. 2024

식사후기도 중간 트림

각 잡지 말자

"식사전기도 안 했다. 두 번 하고 먹을까?"

"한 번만 해도 돼."

"엄만 아까도 안 했으니 한 번 해."


( 연어를 저녁으로 먹은 아이가

  줄넘기하고 목욕 후

  육개장 사발면을 두 번째 저녁으로 먹는다.

  김치 이파리와 함께 맛있게  먹는다.)

  다 먹은 아이는,


"식사후기도 해야 해."

(설거지를 하려는 나를 앉혀 기도를 시킨다.)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나이다.

 아멘.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기도 중 아이의 트림 소리가 크게 들린다.)

"끄억~"

(아이는 마저 기도문을 왼다.)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아이는 웃는다.


"아, 트림이 나와 버렸네."


나도 웃는다.

이빨이 다섯 개나 빠져

웃으면 너무나 귀여운 아이

쩍어하는 아이의 표정

각 잡고 진지했던 상황은

순간에 와해되었다.


내 삶은

각 잡다가

트림 한 번에

풀어지는

순간에 웃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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