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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n 14. 2024

흑백사진 I

자연과 음악; 김동률 <노래>

끝없이 날이 서 있던 어릴 적 나의 소원은

내 몸에 돋은 가시들 털어내고

뭐든 다 괜찮아지는 어른이 빨리 되는 것

모든 걸 안을 수 있고 혼자도 그럭저럭 괜찮은 

그런 나이가 되면 불쑥 짐을 꾸려

세상 끝 어디로 떠나려 했지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홀가분해질 줄 알았네


그래도 되는 나이가 어느덧 훌쩍 지나고

웬만한 일엔 꿈쩍도 않을 수 있게 돼버렸지만

무난한 하루의 끝에 문득 그리워진 뾰족했던 나

반짝임에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 보게 되였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제였었던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둥글게 되지 말라고 울퉁불퉁했던

나를 사랑했던 너만큼이나 어쩌면 나도 그랬을까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젠가

살아 있다는 느낌 가득해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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