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속 행복, 행복 속 외로움

잔잔한 외로움과 고독, 그러면서 행복

by 세만월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 어젯밤 밤새 열에 시달리며 아파했다. 아이는 오늘 학교에 가지 못했고, 이번 주 방학식에도 가지 못해 친구들과 선생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됐다. 나는 연차 사용이 어려워 새벽에 출근했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음을 알았다. 선생님께 연락드렸고 진단서를 보내드렸다.


그래서 그런가. 예전 상봉역에서 아이가 만화 주제가라며 신나게 부르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이는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무언가를 쓰고 올리는 곳이라는 건 안다. "엄마 내가 춤춘 거 거기에 올려", "우리 저번에 야채죽 만든 거 올린 데에 내 영상 올려" 등등 간혹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래서 그런가. 2022년 7월 상봉역에서 KTX를 기다리며 만화 주제가를 부르는 아이의 음성을 이곳에 올려 두고 아이와 나의 음성이 담긴 파일 속 추억을 기록해 두고 싶어졌다.



"아이랑 미술관에 갔다가 OO행 기차를 타려고 플랫폼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하늘이 너무 멋진 거예요. 저녁 7시대였어요. 노을이 지는 듯한 주황빛에, 구름이 수백 마리 양 떼들처럼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었는데, 시선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는 제 옆에서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 있었어요. 꽤 노래가 길었어요. 그 노래를 듣는데, 아이가 기분이 좋아 보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이한테 얘기했어요."


"OO야, 엄마는 저 하늘이 너무 예쁘다. 저 구름도 너무 예쁘고. 엄마는 하늘 보고, 음악 듣고 하면 너무 행복해" 하고요.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만화 주제가를 부르는 데 여념이 없었어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커플이 아이 노래를 듣더니 귀엽다고 막 웃었고, 노래가 끝나자 박수를 쳐주었어요. 저는 그 옆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고요. 너무 행복했어요.


'외로움 속 행복', '행복 속 외로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순간에도 외로움과 고독이 있어요. 잔잔하게.

그러면서 행복해요.

상봉역에서 KTX를 기다리며 찍은 구름 사진. 20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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