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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라'라는 것이..: 내담자의 이해

동해 바다를 마음에 품다

by 세만월

칵테일. 동해.

어제 저녁

동료들과 칵테일 한 잔

강원도 바다를 마음에 품다.

파도 치고 난 뒤 바다거품이

내 한모금에 담겨지다니.

예쁜 에메랄드빛 색에

산뜻한 달달 발랄한 맛에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담자의 어둔 모습에

내 안에 꺼내지 못하고 있던

이미지의 실체를 보았다.

투사인지 공감인지..

아이의 공허한 실체를

한 인간의 고통 그 자체로의 날것을

내가 감히 보아버린 기분이었다.

내가 무엇이라고 그것을 보는가 싶었다.

감당할 수 없는 큰 암석 한 개를

내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2회기뿐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아이의 저 큰 공백을 무엇으로 메꾸어야 하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과 100 사이에서

저 아이의 자기에 대한 채워짐이 1이라면

나머지 99를 지금 내가 채워줄 수 없구나.


그 큰 공허함에서 내가 ○○이한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는 것 같아. 네가 이성 앞에서 이렇게 있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내가 그 모습을 여실히 보고 있는 것 같아.

(긴 침묵 뒤)

네 존재 자체로 편하게 있어 본 적 있니?


pc방이요. 어둔 조명, 아무도 제게 신경 쓰지 않는

저 혼자 있을 수 있어 좋아요.


나라도 그곳이 좋을 것 같다.


내담자는 나의 스승이다.

나의 미해결 과제를 마주하게 한다.

나는 내담자를 통해

내담자는 나를 통해

교류한다.

그것이 투사이든 공감이든

서로는

상호 작용을 동반하는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동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다.

자기비난이 과히 높은 상담자 나에게.

한 인간이 지니고 있는 고통 그 날것을 보았다면

자기비난이 높은 한 나약한 내담자의 모습을

나는 어떻게 감싸야 하는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나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구나.

인류애구나.


'나를 사랑하라'는 말은 점점 쉬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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