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핵심감정에 들어서다

자신을 학대하고 사랑해주지 않는 나

by 세만월

(어젯밤 10시 30분 교육분석을 받았다.)


선생님 요새 제가 정체되어 있는 거 같아요.

논문은 통계를 다시 돌리게 되면서 제출기한이 연장됐고

방도 안 치우고 있어 어수선하고..


큰 건(판결)이 아직 해결이 안 돼서 그런 것 같아. 논문도 그렇고. 그런데 타전공자가 학위졸업하고 상담 전공 주요 학회지에 투고하고, 이미 취업해서 경력 쌓고 있고, 1급 자격 요건도 거의 채워 가고, 이걸 2년 만에 해내는 건 드물어. 많은 일을 한 거야. 그런데도 자신을 학대해. 자신을 사랑해 주지를 않아.


○○이는 엄마를 많이 닮았어. ○○이 안에 엄마의 소리가

아주 깊게 내재화되어 있는 것 같아.


맞아요. 엄마의 소리가 제 안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엄마는 이미 힘든 상황에서 말도 안 되게 살아내셔서..


몸을 가만히 편안한 상태로 있어 본 적 있어, ○○이 삶에서?


분명 편안한 건 아니었는데도

벽장 속에 온몸이 굳은 채 경직되어 있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몸이 가만히 편안히 있으면 제가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난번 내 내담자 얘기를 꺼냈고,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이가 예전에 그랬지? 청소년 상담은 하고 싶지 않다고.

청소년기 ○○이를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근데 지금 하고 있어. 그들을 만나면서 청소년기 ○○이가 보지 못했던 감정에 접촉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기분이 묘한 걸 거야.


근데 그 친구 얘기가 내가 ○○이한테 한 질문과 어떻게 연결되는 거야?


몸을 가만히 있어 본 적이라고 하는데 분명 가만히가 그 가만히가 아님을 아는데도 벽장 속 갇혀 있는 제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그 내담자를 보며 만난 것 같아요.


상담자가 내담자를 이끌어주고 채워주고 하는 게 아냐.

옆에 같이 있어주는 거야. 그 친구는 깊게 자기를 경험해 주는 상담사가 옆에서 그걸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주파수가 맞듯 있어준 걸 오롯이 느낀 거야. 내담자 중심의 상담을 ○○이는 아주 잘하고 있는 거야.


제가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가 상담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내담자가 중심이 되면서 상담이 편해졌는데 그 편해짐을 정체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앗, 선생님. 저 떠올랐어요. 지금 말하면서.

제가 몸이 편하다고 여겨지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몸이 긴장되어 있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뭔가 정체되어 있다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이의 핵심 감정으로 들어온 것 같아.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중에서도 핵심으로 온 거 같아. 다음 시간에 마지막 그 문장으로 시작해 보자고.


기분이 어때?

얼얼해요. (하루가 지난 지금-속상하고 서글프고 안쓰럽고 아이를 가둬두고 조금이라도 쉴라치면 긴장 풀지 말라고 채찍질해 대는.. 지금의 내가 벽장 속 아이에게 해줘야 할 게 쉼이었는데.. 마주할 수 있을까 겁도 나고 지치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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