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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l 12. 2022

1970년 하드록 음악과 에미넴 하드 랩 <고질라>까지

감정 알아차림 <2022.O.OO>

  1970년 하드록 음악, 거기에 에미넴  <고질라> 하드 랩에까지 싣는 분노, 화, 짜증 


  출간 도서 마감 작업을 다음 주 중에 끝내야 하기에 월요일 아침 집중해서 교정지를 봤다. 지난주 주말에 다 보겠다고 들고 갔으나 40쪽뿐이 보지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왔다. 23일이면 코로나 PCR 검사를 하기 위해 오후에는 병원으로 향해야 하고, 24일 입원, 25일은 수술이다. 다종의 책을 이달 말까지 끝내서 마감 파일을 인쇄소에 넘겨야 한다. 마감 직전 교정 상태를 팀장으로서 확인해서 검토하기 위해 한 번씩은 각 권의 앞부분 100여 쪽이라도 봐야 한다. 물론 내가 맡은 한 종의 도서도 있다.


  이런 스케줄 때문일까? 별 탈 없이 출간할 수 있겠지? 하는 걱정과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월요병에 감정적 기복으로 예민함이 높아져서일까? 양평에서 올라오는 KTX를 타고 출근길에 나설 때부터 카톡 배경음악에 딥 퍼플 Deep Purple의 <Hush>와 , 타투 t.A.T.u. 의 <All the Things She Said>, 에미넴 Eminem의 <Godzilla>까지 정신없는 곡들로 채워 들었다. 저녁이 되어 이어폰을 빼니 귀가 먹먹하다. 교정을 보는 내내 이 정신없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퇴근길에도 이어폰을 빼지 않았다. 내 귓구녕이 혼쭐난 것 같다. 


  회사에서 중간중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다 보니 머리카락에 한두 가닥의 새치가 보였다. 이혼 문제가 불거지면서 새치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프면서는 기분상 눈에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정말, 이제 그만하고 싶다!’ 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10년간 다닌 직장, 매일같이 마감해야 하는 교정지들, 챙겨야 하는 직원들……. 부장님을 제외하면 두 명의 직원이 더 있다. 한 명은 나와 10년 된 친구고, 다른 한 명은 1년 반 된 친구다. 10년 지기 친구는 손은 빠른데 실수가 잦고, 진득한 면은 있는데 일에 대한 예민함과 성실함이 부족하고, 또 다른 친구는 책임감도 강하고 똘똘하게 일을 잘 해내는데 몸이 약해 며칠 일을 잘하고 나면 며칠은 쉬어야 하고…….


  몸이 약한 친구가 지난 주말 장문의 톡으로 몸이 안 좋다는 내용의 톡을 보냈고 그래서 월요일 재택을 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오늘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맞고 약 처방을 받았고, 며칠 있다 병원에 재방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프다, 아프다’, ‘재택 한다’, ‘쉰다’ 등등의 그의 이야기가 나에게 짜증을 더했다.


  내 몸 챙기는 것도 벅차다는 생각이었을까. 10년간 별의별 일들이 참 많았고, 많은 문제들이 터질 때마다 그래도 잘 극복해 냈다. 하지만 이제는 지친 것 같다. 답답함이 다른 날보다 몇 배 더 크게 느껴졌다. 주말부터 듣고 있던 딥 퍼플의 하드록은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들린다. 안 되겠다. 더 센 음악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드 랩’으로 유튜브 검색을 하니, 에미넴의 <고질라>가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정말 크레이지 Crazy 한 에미넴만의 속사포 랩이 무차별 쏟아지는 말 그대로 ‘미친’ 곡이었다. ‘바로 이거다!’ 


  이혼 소송이 끝나서 뭔가 경제적으로 막혀 있던 문제들이 해결이 된다면, 회사부터 우선 그만두고, 내 새치가 나오는 것을 막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장이 된 기분이다. 산 송장.


  10년간 도서 출판에 이어 향후 10년을 짊어질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물론 재정적인 문제도 불안하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버텨 오던 회사 재정이 점점 티 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에게서 새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가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6시 40분 ‘상담사례연구’ 수업을 듣기 직전에 유튜브로 ‘타로카드’를 뽑았다. ‘지금 ○○○해야 할 타이밍이다!’에 대한 주제였다. 와, 곧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온단다.


  사업팀장으로, 편집자로, 경리로 10년간 열의를 다해 일을 했다. 나를 힘들게 하던 직원과의 문제를 견디느라 몇 년간 병원 치레를 수차례 겪어야 했고, 그 직원과의 문제가 끝나자 남편과의 문제가 불거졌다. 사이사이 직원이 아파서 먼 지방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데 앞장섰고, 사무실에서는 남겨진 동료와 일을 처리해 나갔다. 나는 지칠 대로 지쳤다. 그리고 그동안 떳떳하고 당당하게 일을 잘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구에게 이리 분노가 치밀고, 화가 나고, 짜증이 올라오는지! 무엇 때문이지! 나에게도 데드라인이 왔나 싶다. 마감 데드라인 말고, 퇴사 여부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데드라인.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테지만, 내 안의 내가 울부짖으며 외쳐 대던 소리를 듣고만 있던 지도 오래되었다. 외침을 덮고 덮어 볼륨을 다운시키고 묵음 처리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 메가폰을 들고 내 머리통에 대고 크게 외칠 것만 같다.

  “저, 퇴사하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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