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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Oct 14. 2024

결정적 순간

아이와 나

어제 아이와 가야금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다.

아리랑 1절을 연주했다.

아이랑 나는 중간중간 졸기도 했다.

아이는 손가락을 세게 튕겨 손이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잘했다.


8시 반 미사를 드리고 서울로 오느라 나도 아이도 피곤했다.


점심 먹으러 광화문 미진에 갔다.

점심 메뉴 몇 개 이미지를 보여줬더니

냉메밀(판메밀)과 수제돈가스를 골랐다.

미식가 아이의 픽이었다.

줄이 길었지만 금세 들어갔다.


소화를 시킬 겸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보여주며

그 앞 광장으로 가자

분수를 보더니 정신을 못 차린다.

에라, 모르겠다.

옷 다 젖어도 돼? 묻길래

응, 했다.

정말 팬티까지 다 젖었다.

거의 3, 40분을 놀았다.

양말은 벗고, 발만 내 손수건으로 닦아 주고,

걸으면서 말렸다.


청량리역에 도착한 아이는

금세 배가 고프단다. 벌써? ㅋㅋㅋ

무지개 케이크 한 조각과 레몬에이드 사달란다.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들이키다시피 하고 기차를 탔다.


가야금을 다 켜고 나서

사진을 찍어주는 시간이 있었다.

참가자들 독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 독사진을 찍었다.

나는 아이와 같이 찍어 달라 하니 좋다고 했다.

내가 튕기고 아이는 바로 옆에서 엄마를 쳐다보는 컷이었다.

나는 가야금 줄에 올려놓은 손등을 보고 있었고,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있었다.

모습이 너무 이쁘다며 세 장을 인화해 주었다.


한 장은 아이 독사진

나머지 두 장은 아이와 나 사진

아이가 그중 한 개를 재빠르게 챙기고는 나에게 주지 않았다.

보니 내가 이쁘다고 생각했던 사진이었다.


나는 가야금 연주를 하고

아이는 그런 나를 옆에서 보고 있다. 

쑥스러운 듯 눈을 엄마 쪽으로 치켜뜨고 있는데,

미소를 띠고 있는 그런 사진이었다.


아이는 매일 나를 '돼지, 돼지' 하면서

세상 제일 못생겼다 놀리는데,

막상 이렇게 사진 찍은 걸 보면,

세상 이쁜 엄마를 부끄러운 듯 쳐다보는

사랑이 넘치는 표정이다.


50일 해외여행을 계획하게 된 결정적 순간이

사진 속 엄마를 향해 미소 짓는 

아이의 표정이었는지 모르겠다.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 귀하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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