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공기를 나누다. Atmosphere with Son
지난주 케이프레잉가를 다녀왔다.
비가 퍼부었고 안개가 자욱했고 바람이 강했다.
케이프레잉가를 가기 전 90마일 비치를 들렀다.
투어버스는 길게 펼쳐진 해변을 달렸다.
잠깐 차를 세우고 모래썰매를 타게 했다.
아이라곤 내 아이뿐이었다.
그러나 겁 없이 용감하게 잘 탔다.
자기 키만 한 보드판을 들고 경사진 모래언덕을 올라가는
아이의 뒷모습은 의젓했다.
아이는 한방에 쌩 모래언덕을 타고 내려왔다.
다들 손뼉 치고 소리쳐 주었다.
Well done, boy. Good job. I'm proud of you.
아이는 그렇게 대여섯 번을 쉴 새 없이 탔다.
파도치는 직전 앞까지 가서 조개껍데기를 주었다.
돌아가는 길 모래에 바퀴가 끼어 두 시간을 정차해야만 했다.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삽으로 모래를 뜨고
다 같이 차 뒤를 밀고 하였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다른 관광차 한 대가 와 줄로 끌어 모래에서 빼내었다.
속옷이 젖은 채로 찝찝하게 버스에 앉았으나
기분 좋은 투어 기사님의 웃음소리에 꽤 즐거웠다.
그의 이름은 베리였다.
케이프레잉가를 향해 달렸다.
그는 몇 년 전 아들을 잃었고 매년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의 영혼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했다.
마우리어로 장례의식을 치를 때 부르는 곡을 불러주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더욱 따뜻하게 들렸다.
아이는 그의 웃음소리를 따라 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야, 우리의 46일 여행이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된 거야.
두 바다가 만나는데 그걸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
엄마는 참 운이 없네.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근데 내가 운이 좋아서 바다를 볼 거야.
등대가 서 있는 길을 따라 바다 가까이로 향했다.
엄마, 나 두 바다가 만나는 거 본 거 같아.
먼저 길을 따라 뛰어내려 가던 아이가 내게 말했다.
그럼 됐어 마치 목표를 달성한 듯 마음 한구석이 가벼웠다.
20년 전 내가 보았던 찐한 파란색 하늘과 바다는 아니었으나
그래서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경계를 지을 수 없는
그런 풍경은 아니었으나 atmosphere 분위기, 그곳의 공기를 아이와 나눴다고 생각했다.
셀카봉이 바람에 휘청거리고 카메라는 빗방울에 제기능을 못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멋진 사진 두 장을 건졌다. 그 두 장의 사진은 한 친구와 공유했다.
○○야, 여기에 와서 제일 기억나는 건 뭐야?
모래썰매. 또 타고 싶어.
그래, 내년에 다시 오자. 엄마는 이곳에 다시 오고 싶어.
엄마, 내가 운이 좋으니까 내가 다시 말할게.
영상으로 찍어도 될까?
응, 찍어.
그럼 찍는다.
내년에 다시 올 거야. 모래썰매 타러. 비도 안 오고 날씨가 좋을 거야.
그래, 다시 오자.
두 시간을 모래에 끼어 있는 바람에 도착 시간이 지연되어 우리는 하루 더 숙소에 머물렀고 아이가 좋아하는 숙소 내 레스토랑에서 티본스테이크를 미디엄웰던으로 다시 즐길 수 있었다. 피시 앤 칩스와 함께.
Good-bye, Cape Reinga!
See you again, Cape Rei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