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하늘에 구름에 바람에
엄마, 바다에 떠 있는 건지 하늘에 떠 있는 건지 모르겠어.
경치 진짜 좋다.
아, 경치 때문에?
아니, 둥둥 뜨니깐.
아.
아이는 오늘 픽턴행 페리를 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났다.
7시도 안 돼 체크인했고 7시 30분에 탑승했다.
카페에서 조식하고 바로 바다경치를 보러 덱으로 나갔다.
와, 와, 진짜 좋다. 아이에게 양손 엄지 척을 받았다.
여기 오기 잘했지?
응, 진짜 좋아.
아이는 배가 둥둥 떠 멀미로 잠이 오는 건지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잠이 오는 건지
영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서 잠이 오는 건지
바다에 하늘에 구름에 바다에 취해 나도 둥둥 떠간다.
20년 전 이곳에서 경치를 감상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해지는 감동에 흘러나온 눈물이었다. 그럼에도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당시 적었던 메모만 남았다.
아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겠지만
아이의 몸과 마음 곳곳에 남기를 바라본다.
곧 타는 기차*도 아이가 좋아해야 할 텐데.
아이에게 감동이란 것을 주기가 쉽지 않다.
*Coastal Pacific Picton to Christchurch
기차 안 아이는 잔다. 아주 깊은 잠을 잔다.
나도 자다가 방금 일어나 경치를 본다.
What can we do?
이 또한 경치는 참 좋구나!
사진에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20년 전에도 아쉬웠는데.
여전히 아쉽다.
아이는 좀 자고 나면 일어나겠지?
What can we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