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눈 대화(웰링턴 KCB에서)
숙소 근처 KCB에서 아이와 저녁식사를 했다.
프라이드치킨과 칩스를 시켰다.
포크와 나이프는 한쪽에 밀어 두고
양손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맛있게 먹는 중에 아이가 시간에 대해 말했다.
엄마, 시간이 빨리 가는 거 같아.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여덟 살 금방 간 거 같아.
왜 그렇게 빨리 간 거 같을까?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 나이가 많아지면 그만큼 시간이 빨리 가는 거 같애.
그럼 네 살부터 여덟 살까지 쭉 어땠는 거 같애?
재밌었어.
아, 재밌었구나. 뭐가 재밌었을까?
친구들이랑 노는 거.
아, 그렇구나.
아, 근데 이게 일등이 아니야. 이건 두 번째야.
그럼 일등은 뭐야?
인도 친구와 논 거.
인도 친구와 논 것 중에 재밌었던 거 세 개만 말해봐.
음, 너무 많아서 말을 못 하겠어.
그렇게 많았어?
응, 30가지도 넘어. 빵등으로 제일 재밌던 건 집 만든 거.
우리 여행하면서 그 친구 선물 사서 소포 보내자.
걔도 레고 좋아해.
그래, 그거 보내주자.
엄마, 근데 포크랑 나이프 썼어?
아니, 안 썼어.
이건 왜 주는 거야?
외국인들이 사용할 때가 있어.
무슨 소리야. 치킨은 손으로 먹는 게 제일 맛있어.
그건 그래.
근데 아까 친구들하고 잘 놀더라. 영어도 해 가면서.
컴온! 레디? 그러면서 잘 놀던데.
엄마, 나 스톱!이라고도 말했어. 너무 어지러워서.
맞아, 그러더라. 잘했어.
소화시킬 겸 근처 한 바퀴를 돌고 숙소로 들어왔다.
아이는 인도 친구와 집을 만드는 게 제일 좋았다고 했듯
나는 오늘 저녁 아이와 나눈 대화가 제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