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슬픔-설렘-아쉬움의 먹먹함(Feat. 이문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글래스고로 가기 위해 3번의 비행기를 타야 했다. 홍콩과 런던을 경유했다. 홍콩까지 11시간 30분, 런던까지는 14시간 30분, 글래스고까지 1시간. 총 27시간.
아이는 <와일드 로봇>, <트랜스포머>, <아이언맨>, <어벤저스> 등 네 편의 영화를 봤다.
아이는 비행기에서 영화 보기를 엄청 좋아했다.
겨우 재웠다.
나도 영화를 봤는데 <The Help>와 <The Way We Were>였다. <추억>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였고 <더 헬프>는 처음 보는 영화였다.
<더 헬프>를 홍콩과 런던을 경유하면서 캐세이퍼시픽 비행기에서 연이어 볼 수 있어 총 다섯 번을 보았다.
보면서 계속 울었고 다섯 번을 보는데 다섯 번 내내 울었다. 참 나도 나다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멈출 수 없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무엇이 그리도 날 울렸는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나에게 건드려지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내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이 정리되면 다시 나누고 싶은 영화다.
<추억>은 날 항상 먹먹하게 만든다. 나는 새드엔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피엔딩이 좋다. 그 헤어짐을 소화하지 못하겠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끌리는 서로이나 진정 자신의 가치관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은 얼마나 어려운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깊은 마음을 정리할 만큼, 평생 관계를 추억하며 살아갈 것임을 서로가 알면서도 결정하는 그 무엇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들이 어렵게 서로를 정리하며 한 편의 기억 속으로 묻어 놓고 순간순간 꺼내어 추억할 것이라는 게 참으로 먹먹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좋아하지만 잘 보지 않는다. 아니 못 본다. 그래서 다시 <더 헬프>를 보았기도 했다.
영화 속 로버트 레드포드는 참 매력적이었다. 그를 닮은 지인이 있어 생각나기도 했다. 잘 있나 안부 톡을 보내고 싶었으나 비행기 안에서 보낼 수는 없어 하진 못했다. 로버트 레드포드를 닮은 것 같다고 하면 그 지인은 대개 좋아했을 것 같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참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녀를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 영화는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마침 홈스테이맘과 헤어지는 길에, 나의 제2의 고향 같은 뉴질랜드와 헤어지는 길에, 아쉬움을 안고 가는 비행기 안이어서 그랬을까? 더욱 나를 먹먹하게 했다. 눈물도 흘릴 수 없을 만큼. 그저 내 심장에 스펀지처럼 깊숙이 스며든 것 같은. 스펀지를 짜내면 눈물 한 바가지는 나오지 않을까? 내 심장에 각인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먹먹함이 이 영화로 인해 소환당했다.
여행 중에 그렇게 이문세 노래가 생각났다. 아름다운 경험을 쌓아가지만 이 경험은 내게 추억으로 남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리고 이전의 경험을 추억으로 소화해 낸 나의 시간들이 돌고 돌아 나의 현재를 건드려서일까? 이문세의 오랜 노래들이 맴돈다. 과거의 나의 사람들과 현재를 나누면서도 추억으로 남을 미래의 사람들임을 알기에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어쩌지 못하는 이내 먹먹함은 나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설레게도 아쉽게도 한다.